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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68
작성일자 2024-01-15
오래 입원해야 치료가 더 잘 될까?


병원에 대해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입원’입니다. “아파서 입원했다”라는 말을 들으면 “많이 아픈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운영하던 직원 치료비 지원 제도에도 혜택을 받으려면 반드시 입원 치료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외래에서 통원 치료만 받으면 질병이 경증이고, 진료비도 적으므로 진료비를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입원은 중증 질환의 치료라거나, 병원에 오래 머물면 더 좋은 치료를 받는다고 여겼던 사례들이 있습니다.

입원의 중요한 의미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으로부터 24시간 의료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의료진으로서도 환자의 상태를 계속 지켜볼 수 있고, 응급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입원을 둘러싸고 환자(보호자)와 병원(의료진) 사이에 의견 차이도 생기곤 합니다. “암 수술을 받았는데 4~5일 만에 퇴원하라니 말이 되느냐?”라는 항의를 하는 경우입니다.

서울대병원 의료 질 지표 보고서(2021년)에 따르면 2020년 암 수술 후 입원 기간을 보면 신장암은 평균 5일, 전립선암은 4.3일, 대장암은 5.1일입니다. 간암은 7.5일, 위암 11일, 담도암 14.1일 등으로 입원 기간이 다소 긴 편입니다.

환자로서는 암 수술까지 받았는데 며칠 만에 퇴원하라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병원들은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기간인 ‘재원 일수’를 단축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재원 일수 단축은 의료기관의 진료 질 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입니다. 재원 일수 단축은 의료기관의 진료 의료 수준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주된 목표는 환자의 아픔을 최대한 빨리 치료해서 일상생활로 되돌려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환자가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다면 병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재원 일수 단축에는 수많은 요소가 작용합니다.

수술할 때 개복이냐 복강경(또는 로봇)이냐에 따른 차이, 암의 경우 얼마나 빨리 발견했느냐의 차이, 수술 시 감염이나 합병증 예방을 위한 의술의 차이 등입니다. 예컨대 조기 위암의 경우 개복이나 복강경(로봇)도 필요 없어 내시경을 이용해 환부를 절제하고, 하루~이틀쯤 입원한 뒤에 퇴원시키기도 합니다.

CT, MRI 등 영상의학 장비를 제때 찍지 못해도 퇴원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원 일수를 단축하려면 병원은 CT, MRI 등의 고가의 의료장비를 갖추어 환자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대학병원에 입원한다는 의미는 대개 수술 등 시간을 다투는 치료를 위해서입니다. 즉 ‘급성기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입원합니다.

현대 의료기관에서는 얼마나 빨리 치료하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응급실은 ‘재원 시간’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응급실 도착부터 떠날 때까지의 시간입니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수술실이나 병실로 이동하던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만약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면 응급의료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병원에는 입원을 기다리는 환자가 많은 데 비해 대학병원 병실 숫자는 제한돼 있습니다.

기존의 입원 환자를 내보내지 않으면 새 환자를 입원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대학병원에서 진료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약 20일이던 평균 재원 일수를 7일까지 줄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원망도 들었습니다만, 그런 노력이 한국 의료를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리는데 밑바탕이 되었다고 믿습니다. 재원 일수 기준으로 미국은 평균 6.2일, 호주는 5.8일입니다.

입원은 꼭 필요할 때 짧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오래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병실에 여유가 있는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 재활병원 등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게 대학병원의 의료진, 병실, 수술실 운영을 원활하게 해주어야 큰 병이 난 다음 사람들이 빨리 입원해서 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나와 내 가족의 입장만 생각해서 대학병원에 오래 입원하겠다고 고집하면 그 부담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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