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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63
작성일자 2023-12-11
소금 위해성(危害性) 다룬 법과 시행령 생겼다


과도한 소금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강 편지> 독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단짠 음식’에 손이 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더욱이 소금 중독 증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날이 갈수록 더 짜고 단 음식들이 나옵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소금과 설탕 과잉 섭취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자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집에서 요리할 때 넣는 소금이나 설탕까지 정하기는 어려워도, 공장에서 만드는 가공식품에 넣는 양만이라도 법으로 정해 소금-설탕 섭취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다만, 소금이나 설탕은 아니고, 그 대상은 트랜스 지방이었습니다.

2015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트랜스 지방을 ‘일반 안정인정 물질(GRAS)’에서 제외키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GRAS는 영어 ‘Generally Recognized As Saf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식품 제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미국 식품의약국이 인정한 물질 리스트입니다. 여기에 소금, 설탕 등과 함께 트랜스 지방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FDA가 트랜스 지방을 GRAS에서 제외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식품에 트랜스 지방을 넣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자체적으로 트랜스 지방이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 FDA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으라고 돼 있지만, 개별 기업이 트랜스 지방의 안전성을 증명하기가 어려우니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가공식품에 트랜스 지방을 넣는 게 금지된 것과 같습니다.

소금이나 설탕은 아직 GRAS에 들어 있으며, 식품회사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미국에서는 소금-설탕 과잉 섭취에 따른 건강 문제가 끊임없이 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약간의 변화도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을 비롯한 기관들은 소금 섭취량 규제, 식품 성분 표시 개정안 등을 놓고 연구와 공청회 등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습니다.

2023년 7월, 정부는 ‘건강 위해가능 영양 성분의 종류를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이라고 규정한 식품위생법 시행령을 제정,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정부는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식품의 나트륨, 당류, 트랜스 지방 등 영양성분(이하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이라 한다)의 과잉 섭취로 인한 국민 보건상 위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트륨 과잉 섭취가 건강을 위해(危害)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을 먼저 만들고, 그 시행령까지 만들었으니 법과 제도의 측면에서는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나트륨과 당류를 식품 제조에서 사실상 퇴출된 트랜스 지방과 같은 선상에 두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선 소금, 설탕, 트랜스 지방을 ‘건강 위해가능 영양성분’으로 표시한 대목입니다. ‘위해가능’이란 말은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라는 뜻입니다. 해로울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법률에 언급된 위해가능 영양성분인 트랜스 지방은 국내에서도 이미 퇴출되다시피 했음에도, 같은 조문의 나트륨과 당류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없다는 점도 법 제정 취지에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도 미국의 GRAS처럼 구체적인 성과를 낼 방법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영국이나 핀란드 등 국민의 소금 섭취를 효과적으로 줄여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싱겁게 먹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범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법과 제도의 정비는 기본이고, 정책도 수립해야 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강한 의지도 꼭 필수입니다.

우리도 소금 과잉 섭취를 줄이는데 필요한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습니다.

실제로 개인과 정부가 손을 잡고 국민의 소금 섭취를 줄이는 구체적인 실천에 나서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문호 괴테는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다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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