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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건강 편지>에서 90세 전후의 ‘어떤 원인’으로 생기는 고비를 넘기면, 100세 이상 장수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떤 원인’은 노화입니다.

주된 사망 원인인 특정 질병이 없어도 노화 그 자체가 사망을 초래한다는 것이지요.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듣고 보기도 합니다만, 과학적 증명은 쉽지 않습니다.

생로사(生老死), 즉 노화 그 자체가 사망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타당성을 확보하려면 노화의 실체를 밝혀야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주름이 생기고, 노안이 찾아오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고, 근육도 감소하며, 잇몸이 부실해집니다. 걸음걸이도 늦어지고, 먹고 자고 싸기 등 기본적인 것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젊을 때는 별로 없던 이런 현상이 왜 나이 들면 나타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글이 2023년 초 국제학술지 셀(Cell)에 발표됐습니다.

‘노화의 특징’이란 이 글에서 필자들은 노화의 12가지 특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징 12가지는 주로 ‘세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노화의 특징 12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게놈 불안정성

-텔로미어 짧아짐

-후생 유전학적 변이

-단백질 항상성 손실

-세포 자가포식 기능 장애

-영양소 감지 기능 조절 장애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세포 분열 중단

-줄기세포 고갈

-세포 간 신호 전달 변화

-만성염증

-장내세균 불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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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편지>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는 ‘텔로미어의 짧아짐’과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만, 일반인에게 낯선 전문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세포가 낡고, 고장을 일으키는 게 노화라는 내용입니다.

세포는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몸에 필요한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세포의 핵 안에 들어 있는 기본 설계도가 유전자(DNA)입니다. 이 유전자를 복제한 것이 리보핵산(RNA)이며, 이것으로 뼈, 피부, 적혈구, 머리카락 등을 구성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면역 물질과 호르몬, 효소, 신경전달 물질 등도 대부분 단백질로 이뤄져 있습니다.

노화의 특징 중에서 ‘단백질 항상성 손실’은 세포가 부족한 단백질은 보충하고, 넘치는 것을 줄이는 등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을 뜻합니다.

이 글은 최근의 노화 연구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노화를 모두 설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세포 단위 노화의 원리가 밝혀진다고 해도, 이를 되돌리거나 늦추는 실천 방법을 찾는 일은 별개의 일입니다.

만약 노화에 의해 세포의 단백질 합성 기능이 약해져 근육이 감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이 문제의 해결책일까요?

장내세균 불균형을 바로잡아 보겠다고 발효음식이나 유산균음료를 많이 먹는 것은 또 어떨까요? 이미 프로바이오틱스 등 시중에 나온 유산균음료를 드시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 실효성이 있는지는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90세쯤의 고비를 초래하는 ‘어떤 원인’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아직 세포 단위에 주로 머무는 노화 연구 결과를 확장해 실제로 사람에게까지 적용할 수 있으려면 매우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 혜택은 우리의 후손들이 입게 되겠지요.

우리 세대의 대부분은 생로병사라는 오래된 인생의 경로를 따르게 될 것입니다.

질병 예방을 위해 애쓰고, 만성질환이 있을 때 잘 관리-치료하는 데 더 많이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