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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73
작성일자 2024-02-19
“단백뇨가 있어요” vs. “소변 거품이 100원짜리 동전만 해요”


좋은 진료를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간의 ‘좋은 소통’이 필요합니다.

‘좋은 소통’의 출발점은 환자가 자신이 겪는 증상,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데에 있습니다.

의사는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환자가 말하는 증상과 혈액-소변 검사나 초음파, X선 등의 기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의 종류와 중등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환자가 의사를 처음 만나는 ‘초진(初診)’은 정보의 양이 적어서 난도가 높습니다.

특히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 중의 하나가 환자가 ‘병명’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터넷과 SNS 등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의학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털에 증상을 입력하면 그에 연관된 질환을 금세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을 통해 ‘자가 진단’을 하고 진료받으러 오는 환자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나요?”라고 물으면 “제가 단백뇨가 있는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합니다. 증상을 물었는데, 병명을 답하는 것입니다.

환자가 말하는 증상은 질병 진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의사의 소견서 등에 ‘CC’라는 영어 표현을 보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환자가 말하는 주된 증상이란 의미인 ‘주소(主訴: chief complaints)’를 뜻합니다.

질병은 원인→병리→발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단계에 이르러 임상 증상을 나타냅니다. 즉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병은 이미 진행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에는 환자가 병이 난 줄도 모르기 때문에 병-의원을 찾지 않습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아무 불편이 없다가 기침,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비로소 “아, 감기인가?”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느 날 소변에 유난히 거품이 많이 끼는 것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소변 거품이 궁금해서 인터넷에 ‘거품뇨’라고 입력하면, ‘단백뇨’로 설명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정보를 과신하는 사람은 거품뇨라는 ‘증상’을 단백뇨라는 ‘병명’으로 단정해버립니다.

일부 인터넷에는 증상만으로 쉽게 자가 진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적지 않은 사람이 자가 진단의 오류에 빠지곤 합니다.

이처럼 섣부른 행동은 질병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진단은 정교하고 과학적인 과정입니다.

진단에서 ‘제비 한 마리가 보이면 봄’이라는 식으로 부족한 정보만으로 판단하거나 결론을 얻는 것은 금물입니다.

환자는 진료받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예를 들어, 거품뇨가 있다면 우선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거품 방울이 얼마나 큰가(크기), 거품이 변기에 얼마나 넓게 차는가(넓이), 거품이 얼마나 오랫동안 꺼지지 않고 남아 있는가(지속성), 물을 내린 뒤에도 거품 방울이 변기 표면에 붙어 있는가(점착성), 거품뇨 증상이 소변을 볼 때마다 되풀이해서 나타나는가(반속성) 등입니다.

또 거품뇨 증상이 생기기 시작한 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처럼 몸에 전에 없던 증상이 나타났을 때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도 했다가 진료받을 때 의사에게 보여주고 말하면 진료에 도움이 됩니다.

의사는 거품뇨 증상 외에 다른 증상이 있는지도 물어봅니다.

거품뇨와 함께 부종(붓기)이 있다면 발, 다리, 손, 얼굴 중에서 어디에 주로 나타나는지도 확인합니다. 소변-혈액검사 결과도 살펴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의사는 단백뇨를 진단하고 약물치료가 필요한지, 생활 습관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어설프게 남의 말(단백뇨)로 나의 증상을 말하는 것은 진료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친구의 말이나 인터넷 정보에 무턱대고 의존해서 말하면 질병 정보가 ‘왜곡’되거나, ‘오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진료를 받을 때는 자신의 증상을 자신의 말로,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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