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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4개월 이상 지구촌을 힘들게 했던 코로나19(COVID-19)가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 발표에 이어, 한국 정부도 ‘완전한 일상 회복’을 선언했습니다.

이를 접하고 “아, 코로나19가 끝났구나!”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상사태 해제 선언이 실제로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났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곁에 남아 있으나, 의료와 방역 시스템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인간과 공존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3년 이상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팬데믹’이란 말을 자주 들어서 익숙해지셨을 줄 압니다.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이란 말은 흔한 일상 용어는 아닙니다. “평생 처음 듣는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 플루 때도 팬데믹이 선언된 적이 있지만, 이번 코로나19만큼 피부에 확 와닿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는 지금도 다양한 ‘풍토병(endemic)’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개 한정된 지역에서 생겼다 없어집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 의해 풍토병이 더 넓게 확산하고 감염자-희생자가 늘면 ‘국지적 유행(epidemic)’ 단계로 높아졌다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 ‘팬데믹(pandemic)’이 됩니다.

즉, 확산할 때는 풍토병→에피데믹→팬데믹의 경로를, 수그러들 때는 팬데믹→에피데믹→엔데믹의 경로를 따릅니다.

하지만 이 경로를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팬데믹에서 국지적 유행병 단계를 거쳐 풍토병으로 변하던 전염병이 방향을 반대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사회적, 개인적인 대비가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의료 시스템을 잘 정비해두어야 합니다. 코로나19를 지나는 동안 한국 의료와 방역의 효율성은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그 덕에 희생자 발생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 외의 ‘초과 사망자’까지 합치면 희생자 숫자는 공식 집계된 통계보다는 많다고 봅니다.

코로나19에 의료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응급실, 중환자실, 외래 등에서 만성질환 환자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망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위생 수칙 준수를 ‘잘 지키는 것’에서 ‘몸에 배는 수준’까지 높여야 합니다.

백신 접종, 손 씻기, 기침 예절, 호흡기 증상이 있을 때 마스크 쓰기 등은 ‘권고사항’이 아니라 ‘의무사항’이 되었습니다.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있으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스스로 학교나 직장에 결석, 결근하고, 여행이나 모임 참석도 자제해야 합니다.

사소한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단지 남에게 폐를 끼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일상을 회복하려고 노력하되, 위생 수칙을 더 잘 지키는 것이 코로나19의 풍토병 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인간들이 ‘종식’을 선언한다고 바이러스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도 코로나19는 우리 곁에 남아 느리지만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킬 것이며, 오는 2025년쯤 전파율과 치명률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확진자가 증가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85세 C씨는 얼마 전 코로나19에 확진돼 며칠 동안 기침에 인후통 등의 증상을 겪었으나 잘 회복했습니다.

그는 “백신도 꼬박꼬박 맞고, 3년 이상 잘 피했는데 끝물에 걸렸다”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저는 C씨에게 “백신 접종을 받고, 바이러스도 약화한 상태에서 걸린 것이 면역을 형성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니 좋게 생각하시라”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코로나19가 계절 감기나 독감처럼 변했음이 확인된 뒤에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났다고 선언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