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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은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합니다. 이 말을 듣고 “아, 소금이 중요하다고 하니 넉넉하게 먹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인터넷 포털이나 동영상 사이트에 그런 내용의 콘텐츠들도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왜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이하 싱실연)은 지난 10년 동안 변함없이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말씀드려 왔을까요?

진화론에 따르면 약 30억 년 전 지구에 원시 생명체가 탄생해 바다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는 물과 나트륨이 풍부합니다.

이들 생명체 중 일부가 진화를 거듭하다가 강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강에는 물은 많은데 나트륨이 없었습니다.

나트륨이 지천으로 널린 바다에 살던 생명체들에게는 비상 상황에 부딪힌 것입니다. 그래서 이 생물들은 한번 몸 안에 들어온 나트륨을 꽁꽁 묶어두고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이것은 유전자 속에 저장되었습니다.

그런데 강물에 살던 일부 생물이 진화를 거듭하다가 이번에는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강물에는 물이 풍부했으나, 육지에는 물을 구하기 힘든 곳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 안의 물을 잘 처리하도록 진화했고, 그 또한 유전자에 기록되었습니다.

생명체가 몸 안의 나트륨과 물을 잘 처리하도록 진화하는데 콩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물과 나트륨을 몸 안에 잘 가두어두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진화하면서 생명체는 물과 나트륨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았고, 그 후 수억 년의 진화 끝에 등장한 것이 인간입니다. 인간의 몸은 아주 적은 양의 나트륨 만으로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몸이 나트륨을 잘 붙잡아 둘 수 있게 하는 유전자가 약 20여 개 발견돼 있습니다. 나트륨이 중요하다 보니 유전자에 깊이 새겨 대대손손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유전자 덕분에 우리 몸이 나트륨, 특히 혈액 내의 나트륨은 1~2%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혈액의 나트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인간은 약 6000년 전부터 소금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전 수백만 년 동안 먹잇감인 동물이나 식물에 든 적은 양의 나트륨만으로 살아오던 인간이 염장, 훈제 등을 위해서 소금을 먹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하루 나트륨 양(최소한의 생리적 요구량)은 100mg(소금 환산 0.25g)입니다. 실제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젖먹이 아기들과 아마존의 원시 부족 야노마모족은 하루에 나트륨 100mg 정도만 섭취하는데, 이들이 나트륨 부족에 시달린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서울K내과 환자 중에 소금 섭취량 하루 2~3g일 정도로 적게 드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건강이 나빠지기는커녕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소금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필요한 나트륨의 열 배 스무 배가 넘는 나트륨(소금)이 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몸에 나트륨 ‘홍수’가 난 것입니다. 물난리가 나면 물 펌프를 가동해 물을 퍼내야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몸에서도 똑같은 사태가 벌어집니다. 홍수처럼 들어오는 나트륨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콩팥은 안간힘을 써서 나트륨을 몸 밖으로 퍼냅니다.

소금의 체내 반감기는 하루쯤 됩니다. 소금 12g을 섭취하면 하루 뒤에 절반인 6g, 이틀 뒤에 다시 절반인 3g, 사흘 뒤에 또 절반인 1.5g이 배출됩니다. 12g 중에서 4일 동안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양인 1g 정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다 몸 밖으로 내보냅니다. 그런데 매일 소금을 12g씩 먹으면 콩팥은 쉼 없는 중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나트륨이 부족하면 ‘저나트륨혈증’에 걸려서 위험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 분들도 있습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2001~2016년 미군의 훈련 도중 발생한 저나트륨혈증 환자는 10만 명당 6.9명이었습니다. 이것도 소금을 너무 적게 섭취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운동이나 훈련을 할 때 물을 너무 많이 먹어 생긴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EAH: Exercise Associated Hyponatremia)’이었습니다.

저나트륨혈증은 일상생활, 특히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기후 조건이 혹독한 사막 등에서 훈련이나 하이킹을 할 때나 극히 드물게 발생합니다. 저나트륨혈증 예방을 위해 소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뜻입니다.

아주 적은 양의 나트륨만으로도 잘 생존할 수 있는데도 언제까지 나트륨을 홍수처럼 몸에 쏟아부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