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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78
작성일자 2022-04-25
오만하면 위기는 언제든 다시 온다


코로나19(COVID-19)의 대표적인 방역 조치였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급속히 벗어나는 듯합니다.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확진자 격리도 없애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2년 이상 지속된 바이러스 감염증의 굴레에서 벗어날 날이 곧 올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국내외의 코로나19 대처 상황을 보면 마치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이긴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100년 만의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그 결과에 따라 일상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2020년 초 ‘우한 폐렴’이란 바이러스 감염병이 전 세계에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수만 년 동안 인간을 위협해온 역병에 대한 두려움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공포의 뿌리는 ‘무지(無知)’에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나름대로 신속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신종 전염병 대응의 기본인 격리 조치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을 실시하는 한편,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발 빠르게 나섰습니다.

1년도 채 안 돼 백신이 개발됐을 때 사람들은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이 환호했습니다. 인구의 60~70%가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면역을 이뤄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백신 구하기에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때 이른 승전가가 독이 되었을까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잇따라 백신 개발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인류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K.O 승’을 거둘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이는 성급했을 뿐 아니라 ‘오만’이었음이 곧 드러났습니다.

백신 접종을 했으나 변이 바이러스들로 인해 확진자가 폭증했고, 최근까지 전 세계에서 620만 명 이상, 국내에서도 2만 명 이상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는 공식 집계된 결과일 뿐 실제 희생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류는 바이러스 감염병 해결에 야심차게 도전했으나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요.

변이 바이러스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최근에 보고되는 바이러스는 ‘전염력은 강한 대신, 치명률은 약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일정 수준 이상 이뤄졌고, 바이러스의 치명률도 감소하면서 코로나19 그래프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위드 코로나’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정들이 또 다른 오만일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대가는 가혹할 수 있다는 경고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에 등장하는 전쟁 장면을 보면, 일부러 전투에서 진 척하면서 뒤로 물러나다가 무리하게 추격해오는 적을 역습해 승리를 거두는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지금 우리가 적(바이러스)을 따라가는 형국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국내에서 빅데이터 분석 자료 등을 바탕으로 올해 겨울~내년 초에 대규모 확진 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들이 나옵니다. 코로나19 그래프가 한 번만 볼록한 단봉(單峯)이 아니라 쌍봉(雙峯)을 넘어 다봉(多峯)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중대한 전환기를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절실한 두 가지 키워드는 ‘겸손’과 ‘과학’입니다.

바이러스는 오만과 무지에 편승합니다. 오만과 무지는 미신, 맹신, 선동, 음모와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오만과 무지를 깨닫지 못하는 한 바이러스는 언제든 다시 우리를 공격해올 것입니다. 일부 나라에서 시도 중인 ‘제로 코로나’ 정책은 오만함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이 성공률을 높게 보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와 싸울 때 최고의 무기는 겸손한 태도와 과학-의학 지식, 지성, 이성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2년이 넘었지만, 바이러스 그 자체는 물론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인간의 행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습니다.

바이러스의 실체와 백신의 약효, 팬데믹에 대한 인간의 대응, 방역 조치의 적절성 등을 알기 위한 연구에 투자했다고 말하기조차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겸손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러스 연구를 서둘러 지식을 축적해나가야 합니다.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 중에서 바이러스만큼 작고 가벼운 것도 드뭅니다. 하지만 경적필패(輕敵必敗)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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