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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막국수, 메밀국수, 냉모밀 등은 대표적인 여름 별미입니다. 사시사철 먹어도 맛있지만, 여름에 더 많은 사람이 찾기 때문입니다.

냉면이나 막국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메밀이나 칡 등을 넣어 만든 면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냉면이나 막국수는 생김새도 라면, 국수, 짜장면 등 밀가루로 만든 음식과는 달라서 몸에 이롭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냉면이나 막국수, 메밀국수 면도 만들 때 대부분 밀가루를 섞습니다. 라면이나 국수, 짜장면, 짬뽕의 면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최근에는 메밀 100%를 사용한 면도 일부 생산된다고 합니다만, 아직은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섞은 면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진료받으러 온 70대 남성 G씨.

그는 막국수와 냉면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뿐 아니라 밥, 떡, 빵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다 좋아합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고 가까운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러 다녔는데, 최근 발과 다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나서 저의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발과 다리의 부종은 만성콩팥병의 한 증상일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 콩팥의 사구체여과율은 68mL/분이었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60mL/분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만성콩팥병의 진단 기준으로 잡는 것을 적용하면 만성콩팥병은 아니지만 콩팥 기능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콩팥 건강을 지키려면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그의 공복 혈당은 132mg/dL로 약물로 어느 정도는 조절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성지방이 885mg/dL로 참고치(40~155mg/dL)의 상한선을 무려 5.7배나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병 또는 고혈압이 있는데, 중성지방이 높으면 만성콩팥병 발병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협심증이나 뇌졸중 위험성도 증가합니다.

하루 단백질과 나트륨 섭취량, 콜레스테롤 수치는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좋아하는 그의 식습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G씨 같은 식습관을 가진 한국인이 무척 많습니다.

이들은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라거나 ‘고기를 먹어도 된장찌개에 공기밥을 먹어야 서운하지 않다’라고 말하지요.

한국인은 식사의 의미를 ‘밥을 먹는다’라고 할 만큼 밥을 중요하게 여기는 식습관을 오래 지녀왔습니다.

그 때문인지 다른 음식을 배불리 먹은 뒤에도 밥을 먹지 않으면 허전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밥 외에는 먹을 게 별로 없었던 옛날에는 이런 식사법이 건강에 별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도 식사로 냉면이나 막국수 한 그릇만 먹는다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식탁이 풍요로워진 지금은 냉면이나 막국수, 메밀국수 한 그릇만 먹는 경우가 오히려 드뭅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먹은 뒤에 식사로 냉면, 막국수를 먹을 때도 많습니다.

또한 식사를 마친 뒤에 디저트로 커피와 조각 케이크, 빵,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탄수화물의 주요 섭취 경로는 사탕이나 과자가 아니라 빵, 떡, 국수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냉면이나 막국수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이들 음식으로 과도하게 섭취한 탄수화물은 몸 안에서 에너지로 다 쓰지 못하면 지방으로 전환돼 저장되는데 이를 ‘중성지방’이라고 합니다.

중성지방은 ‘지방간’ ‘복부비만’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중성지방은 콜레스테롤처럼 혈관을 좁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밥만 먹는데 왜 살이 찔까”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성지방 수치가 높습니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사람들은 혈당 관리도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면과 막국수, 메밀국수, 콩국수 한 번 안 먹고 여름을 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호에 맞게 즐기시되, 양을 적절하게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G씨는 2주 동안 메밀국수, 빵, 떡을 안 먹고 중성지방을 203mg/dL로 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