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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교수가 된 뒤 지금까지 42년 동안 진료해오고 있습니다.

42년 중 32년은 서울대병원에서, 10년은 동네 의원에서의 진료 기간입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병원에서 교환교수로 2년 동안 진료한 기간을 빼면 서울대병원 교수로서 진료 기간은 30년입니다.

이 시간 동안 주로 콩팥병을 진료하고 연구했습니다만, 그 외의 다른 질환들도 다양하게 진료하였습니다.

신장내과 의사가 왜 다른 질환까지 진료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터인데, 그에 대한 답변으로 환자 사례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0년 전, 80대 여성 C씨가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콩팥이 나빴던 C씨는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 다니면서 꽤 오랫동안 진료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말기신부전이 확인돼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는 말을 담당 의사로부터 들었습니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막상 투석을 시작하려니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의사의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저를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검사해보니 C씨의 콩팥 기능은 신장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나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검사 기록을 살펴보던 중 특이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너무 높았습니다. 콩팥 기능이 낮으면 칼슘 농도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C씨는 13mg/dL나 됐습니다. 혈중 칼슘 농도는 대개 8.6~10mg/dL로 보고 있습니다. 이 수치가 10.5mg/dL를 넘어서면 고칼슘혈증으로 진단합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매우 높은 이유는 뼈와 치아 등에 보관돼 있던 칼슘이 빠져나와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칼슘은 뼈와 치아 등에 약 99%가 들어 있고, 혈액 속에는 약 1%만 존재합니다. 그런데 뼈 안에 있던 칼슘이 ‘어떤 원인’에 의해 빠져나오면 혈중 농도가 높아집니다.

그 어떤 원인은 주로 부갑상선호르몬 증가, 암의 뼈 전이, 다발성골수종, 심한 골절 등입니다.

부갑상선호르몬은 뼈에 칼슘을 저장하거나 꺼내는 과정을 조절합니다. 부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뼈에서 칼슘을 많이 꺼내기 때문에 혈중 칼슘 농도가 높아집니다. 부갑상선 종양은 부갑상선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하는 중요한 원입니다. 그래서 혈중 칼슘 농도가 과도하게 높을 때는 부갑상선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합니다.

검사 결과 C씨의 부갑상선에서 양성종양이 발견됐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 뒤 혈중 칼슘 농도는 10mg/dL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C씨의 콩팥 기능도 점점 회복되었습니다. 원래 기능이 좋지 않았던 콩팥이 칼슘까지 몸 밖으로 배출하느라 혹사당해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 부갑상선 수술 뒤에 칼슘 배출 부담이 감소하면서 콩팥 기능이 좋아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C씨는 저염 식단 실천 등의 노력을 했고 투석 치료가 필요 없는 수준까지 콩팥 기능이 회복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나 90대에 접어든 요즘도 C씨는 정기적으로 저의 진료를 받으러 오고 있습니다.

굳이 나누면 갑상선이나 부갑상선은 내분비대사내과 의사가 주로 진료합니다. 신장내과 의사는 콩팥과 요로를 주로 진료합니다.

그런데 C씨처럼 콩팥 기능 저하와 부갑상선 양성종양이 겹쳐 나타날 때는 어떤 의사가 이를 종합 진단하고 치료법까지 찾아야 할까요?

10년 전 C씨에게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신장내과 의사는 전공 분야인 콩팥 기능 저하에만 집중했고, 혈중 칼슘 농도 증가의 원인을 찾는 일은 내분비대사내과 의사의 역할로 여기고 지나쳤을 가능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봅니다.

요즘 대학병원들은 내과를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내분비대사내과, 알레르기내과, 신장내과, 감염내과, 류머티스내과 등으로 세분화해서 전문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여러 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세분화-전문화의 장점도 많습니다만 여러 장기-기관에 걸쳐 있는 ‘내과 질환’을 폭넓게 진료하던 예전에는 없던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