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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가 휠 정도’로 푸짐한 음식을 대접받았다”라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중장년 이상일 확률이 높습니다.

방바닥에 상을 차릴 때 쓰던 ‘교자상’ ‘소반’ 등은 다리가 있었는데, 음식을 얼마나 많이 차렸던지 상다리가 지탱하기 힘들 정도였다는 표현입니다.

음식을 대접할 때 왜 이렇게 많이 차렸을까요?

못살고 못 먹던 시절에는 잔치와 같은 특별한 날에야 배불리 음식을 차릴 수 있었던 힘들었던 삶이 반영됐던 것으로 미뤄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푸짐한 음식 선호는 인간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풀이입니다.

인간 행동 연구에 따르면 자신에게 필요한 양보다 50% 이상 더 많은 양의 음식을 앞에 가져다 놓는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에 앉으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을 이해하는데 힌트를 줍니다.

이런 행동을 설명하는 또 다른 연구가 ‘빵-머리 크기 비율(Bread and head ratio)’ 또는 ‘빵-손 크기 비율(Bread and hand ratio)’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다빈치의 작품 ‘최후의 만찬’은 초기 버전부터 여러 개가 남아 있는데, 나중에 나온 작품일수록 예수와 제자들 앞에 놓인 빵의 크기가 커졌습니다. 연구자들은 그림 속의 빵과 인물들의 머리나 손 크기와 비교해 빵의 크기를 추정합니다.

‘상다리가 휜다’라는 말을 잘 모르는 요즘 세대는 배가 고파서 많이 먹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그보다는 맛있는 게 워낙 많아서 이것저것 먹다 보니 칼로리 과잉과 그로 인한 과체중, 비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즐기다 보니 결과적으로 많이 먹는다는 것이지요. 즉, 음식의 양보다는 맛이 요즘 사람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맛을 느끼는 ‘미각(味覺)’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과 함께 오감의 하나입니다.

미각은 인간만의 고급스럽고 특별한 재능으로 보입니다만, 사실은 지난 수천 만 년 동안 생물 진화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중생대 쥐라기 때 살았던 공룡 멸종을 설명하는 여러 학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룡이 쓴맛을 감지하는 미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초식공룡 초기에는 겉씨식물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속씨식물이 늘었습니다. 이 속씨식물 중에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쓴맛을 내고 독성을 띠는 알칼로이드 성분을 만드는 종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쓴맛을 잘 감지하지 못했던 초식공룡들이 이런 식물을 먹었고, 독성 성분이 장기간 체내에 누적되면서 초식공룡의 수명이 단축되거나 번식률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나중에는 초식공룡을 먹이로 삼는 육식공룡들까지 감소하다가 결국 멸종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그때 살았던 포유류 조상들은 독성이 있는 쓴맛을 구별할 줄 알았습니다. 그 덕분에 속씨식물의 씨앗을 포유류가 먹고 배설하면서 점점 퍼져나갔고, 오늘날 포유류와 속씨식물의 번성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특히 포유류 중에서도 쓴맛에서 짠맛, 신맛 등의 구별 능력이 뛰어난 인간이 지구의 지배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인간이 쓴맛을 느끼지 못하는 ‘쓴맛맹’이었다면 번성하기는커녕 공룡처럼 멸종했을지도 모릅니다.

짠맛을 구별하지 못하는 ‘짠맛맹’이었다고 해도 생존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생명체는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미각이 변화합니다.

고래나 돌고래는 짠맛만 느낄 수 있고, 다른 맛을 느끼는 능력은 퇴화했습니다. 음식을 씹어먹지 않고 물과 함께 삼키는 고래는 맛을 세세하게 감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판다는 곰과 동물인데도 고기맛(감칠맛)을 감지하는 능력은 퇴화해버렸고, 죽순의 단맛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맛을 섬세하게 잘 느끼는 능력은 인간 강인한 생존력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쓴맛을 감지해 독성 성분이 있는 음식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또 짠맛을 감지할 수 있어 과일, 채소, 생선, 조개, 고기, 동물의 피 등에 들어 있는 미량의 나트륨을 섭취해 생존력을 높였습니다.

인간은 칼로리든 나트륨을 포함한 영양소든 필요한 것을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소금을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라는 주장은 인간의 뛰어난 오감을 과소평가하는 데서 나온 오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