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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 일입니다. 고혈압과 만성콩팥병으로 진료를 받던 70대 여성 환자가 있었습니다. 약도 잘 드셨고, 싱겁게 먹기 등 생활 습관도 잘 실천하시던 그 환자가 어느 날부터 혈압이 높아진 뒤 내려가지 않는다면서 진료 받으러 왔습니다.

원인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미국에 살던 아들이 어머니께 간식으로 보낸 사탕을 한동안 먹었다고 했습니다. 사탕을 많이 먹었으면 혈당이 오를 수는 있겠지만, 왜 혈압이 올랐을까요?

그 환자가 병원으로 가져온 미국산 사탕의 성분표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사탕에는 ‘감초’ 성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감초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있는데 이를 많이 복용하면 혈압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해외 직구 붐을 타고 식품, 건강보조제 등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제품들까지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의 친척, 친지들이 보내준 식품이나 건강보조제를 먹었고, 해외여행이 본격화된 뒤에는 여행 중 산 건강보조제를 먹거나 가족, 친지들에게 선물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문 약은 구입하기가 까다롭습니다만, 건강보조제는 쉽게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건강보조제’나 ‘다이어트 제품’ 등은 무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방심이 중증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례가 일본에서 발생했습니다.

뉴스에 보도된 5명 이상의 사망자와 100여 명의 입원 환자를 발생시킨 ‘붉은 누룩(홍국)’ 사건입니다.

일본의 한 제약회사가 2021년부터 판매해온 붉은 누룩 건강보조제를 복용했던 사람 중 일부가 급성신부전을 일으켰습니다. 제약회사는 콜레스테롤 개선 효과를 내세워 이 건강보조제를 판매해왔다고 합니다.

사고 원인으로 곰팡이 감염설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만, 약을 만들어 판매할 때만큼 엄격한 안전, 품질 관리가 잘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건강보조제는 일반적으로 약보다 효능이 낮은 대신, 부작용 발생 확률도 낮을 것으로 흔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약은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데 반해, 건강보조제는 이 과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 또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건강 편지>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의사의 처방을 받은 약 외에도 5~10종 이상의 건강보조제를 매일 드시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해외여행 갔던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성분 미상의 건강보조제를 드시는 사례도 있습니다.

왜 드시냐고 물어보면 “그냥 몸에 좋다고 해서”라고 할 뿐 어떤 성분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모르고 먹습니다.

요즘은 자녀들이 해외 직구로 사주었다는 건강보조제를 드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제약회사가 만드는 전문 약이나 일반 약은 성분, 효능, 부작용들이 대개 논문이나 자료로 공개돼 있습니다. 그 때문에 복용 후 문제가 생겨도 그 원인을 찾고 대응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전문 약은 ‘시판 후 임상시험’이란 검증 과정도 거치므로 문제가 드러나면 판매 중단 조치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건강보조제는 전문 약처럼 엄격하게 관리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해외 직구로 구입한 건강보조제를 먹고 부작용을 일으켜 병원에 가도, 환자가 무슨 성분을 섭취해서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 치료가 늦어질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중 쇼핑, 해외 직구를 하지 마시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건강보조제나 식품을 구매하실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특히 만성콩팥병이 있는 분들은 더 조심해야 합니다.

해외 직구로 구매한 젤리나 초콜릿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한 특정 국가 사람들에게는 합법적인 식품이나 건강보조제라도 외국인이 먹으면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그 나라 사람들에는 없는 부작용이 외국인에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붉은 누룩 건강보조제가 부작용을 일으킨 사람은 대개 70~90대라고 합니다. 해외여행,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산 건강보조제를 부모님께 선물했다가 큰 불효를 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