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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에서 살아 있는 사람(쌍둥이) 사이의 콩팥 이식 수술에 최초로 성공했습니다.

그로부터 70년만인 2024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은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콩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 의학사의 한 페이지를 또 썼습니다. 돼지 콩팥을 이식받은 62세 남성 리처드 슬레이만씨는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수술은 뇌사자가 아닌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 돼지의 콩팥이 이식된 최초의 사례입니다.

콩팥 기능이 15%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말기신부전이라고 하는데 치료법은 현재로서는 두 가지밖에 없습니다.

첫 번째는 투석이고, 두 번째는 콩팥 이식 수술입니다.

이식은 뇌사자 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기증받은 콩팥으로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식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고, 기증하는 사람은 적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말기신부전 환자가 기약 없이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만약 돼지 몸에 사람의 콩팥이 자라게 한 다음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이식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는 ‘복음’이 될 것입니다.

연구팀은 우선 혈액에서 물과 노폐물을 걸러 소변을 만들고, 몸 안의 다양한 영양 성분과 미네랄 등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콩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를 살펴볼 것입니다.

아울러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사람의 콩팥을 이식했을 때와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콩팥을 이식했을 때의 차이도 지켜볼 것입니다.

또 다른 포인트에도 주목하고 있을 것입니다.

혈압 조절입니다.

고혈압은 인류의 건강 위험 요인에서 1위입니다. 고혈압으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장애를 겪거나 사망합니다.

그래서 고혈압 연구가 많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 다양한 혈압 치료 약물도 개발돼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 예방을 위한 운동, 금연, 싱겁게 먹기 등에 대한 정보도 비교적 상세하게 만들어져 공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방법으로 고혈압 치료에 나선 연구자들도 있었습니다.

고혈압으로 만성콩팥병이 생겼고, 말기신부전까지 악화해서 콩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있었습니다. 콩팥을 기증한 사람은 고혈압이 없었지요.

이식수술이 잘 돼서 지켜보았더니 이식받은 환자의 콩팥이 제 기능을 했을 뿐 아니라 환자에게 원래 있었던 고혈압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고혈압의 발병 기전을 놓고 의학에서 오랜 논쟁이 있었습니다.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딱딱해져서 고혈압이 생긴다는 이론, 혈액 속에 물이 너무 많아서 혈관의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에 혈압이 높아진다는 이론 등 여러 설명이 나왔습니다.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으로 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이 맞는다면 어느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고혈압을 치료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혈압에 말기신부전인 사람에게 혈압이 없는 사람의 콩팥을 이식했더니 고혈압까지 없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반대의 사례도 있었습니다.

고혈압이 없는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고혈압 있던 사람의 콩팥을 이식했더니 이식받은 사람에게 고혈압이 나타난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고혈압이 콩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콩팥 이식이 고혈압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이식받을 콩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혈압 치료를 위해 콩팥을 이식한다는 생각은 아직 비현실적입니다.

하지만 유전자 교정 돼지 콩팥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이식수술까지 간편해지면 고혈압 예방-치료를 위해 콩팥 이식 수술이 이뤄지는 날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혈압약을 평생 먹지 않아도 될 것이고, 심-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의 고혈압 합병증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치료가 실현된다면 인간의 수명도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연구에 우리나라 의학자, 과학자들도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