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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 번의 <건강 편지>에서 말씀드리려고 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생존에 필수적인 소금(나트륨)을 음식으로 섭취한 뒤 잘 흡수, 저장했다가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소금 외에 물, 비타민, 미네랄 등 다른 필수 영양소에도 다 적용됩니다.

둘째 식사를 정상적으로 한다면 음식 외에 따로 챙겨 먹을 영양소는 없다는 점입니다.

싱겁게 드시라고 권하면 “소금(나트륨)을 안 먹으면 저나트륨혈증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워진다고 하던데요”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몸에 필요한 영양소는 나트륨 외에도 칼륨, 칼슘, 마그네슘, 아연, 철, 구리, 비타민 등 다양합니다.

여러분 중에 혹시 ‘저칼슘증’, ‘저칼륨증’, ‘저마그네슘증’, ‘저아연증’이 생길까봐 걱정이고, 그것을 예방하려고 오래전부터 별도로 드셔온 게 있나요? 요즘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일부 건강보조제를 제외하면 기억나시는 게 없을 것입니다.

나트륨 수치가 낮으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우면서 소금을 충분히 먹어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칼륨, 칼슘, 마그네슘도 요리할 때마다 넣어야 합니다. 하지만 식탁이나 주방에 소금 통은 있어도 다른 미네랄 통은 없습니다.

소금에 대해 솔직해질 때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나트륨을 섭취하려고 소금을 먹는 게 아니라, 맛을 위해서 소금을 먹는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또 맛을 위해 먹던 소금의 양이 점점 늘었고, 가공식품으로 인한 소금 섭취량까지 급증한 결과 소금중독 지경에 이르렀다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필요한 소금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으면서 “저나트륨혈증 예방을 위해 소금이 필요하니까”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속이는 일입니다.

사람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하루 나트륨은 얼마나 될까요?

모유만 먹는 갓난아기는 하루 100mg의 나트륨을 섭취하면서 쑥쑥 자랍니다.

어른의 하루 최소 생리적 나트륨 요구량도 아기와 같은 100mg입니다. 소금으로 환산하면 250mg(0.25g)에 불과합니다. 아마존의 원시 부족 야노마모족은 실제로 이 정도의 나트륨만 섭취합니다.

나트륨 섭취량이 적어서 야노마모족의 평균 수명이 짧다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나트륨 섭취량과 관련이 없으며 위생, 영양, 감염병 등의 영향 때문입니다.

내륙 깊숙한 곳에 살아 소금을 구할 수 없었던 구석기인들도 열매, 생선, 조개, 고기 등을 먹고 하루 690mg(소금 기준 1.7g)의 나트륨을 섭취한 것으로 연구돼 있습니다.

미국 연구팀은 나트륨을 500mg만 섭취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나트륨 2,000mg)으로 권고하고 있을까요?

칼로리와 영양소 섭취, 현대인의 식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나트륨 섭취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식사량까지 감소해 영양실조 또는 영양 불균형이 초래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소금에 입맛이 길든 사람들에게 섭취량을 많이 줄이라고 하면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포기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 권장섭취량을 5g으로 잡은 것이지, 5g을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000mg 이상으로, 최소 요구량보다 40배나 많이 먹고 있습니다.

이처럼 과잉 섭취한 나트륨은 고혈압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배출될 때 콩팥을 망가뜨리는 등 여러 말썽을 일으킵니다.

성인의 몸 안에 있는 전체 소금양은 약 170g입니다. 소금을 추가 섭취하지 않고 하루 0.25g씩 꺼내쓰면 680일(약 1년10개월) 동안 쓸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가능합니다.

소금을 먹지 않고 2년 이상 살면 건강에 이상이 나타날지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먹는 한 나트륨 섭취량을 0으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소금을 안 먹으면 죽는지 안 죽는지 확인하려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1년 10개월 동안 버틸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 “소금 안 먹으면 죽나요?”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