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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건강 편지>에서 피부가 나트륨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인체에서 미네랄 성분의 창고는 이미 밝혀진 것이 있는데, 뼈입니다.

뼈에 칼슘을 저장하는 것처럼 피부가 나트륨을 저장했다가 꺼내서 사용하는 과정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호르몬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동물실험입니다.

고혈압이 없던 암컷 쥐의 난소를 제거하자 고혈압이 생기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난소는 생식에 연관된 성호르몬을 분비할 뿐 혈압과는 관련이 없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왜 난소를 없앴는데 고혈압이 발생했을까요?

연구 결과 암컷 쥐의 성호르몬 증감이 나트륨의 피부 저장과 연관돼 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짜게 먹어서 혈액 속 나트륨이 과도해지면 물을 많이 들이켜게 하거나 세포의 물을 혈관 속으로 끌어와 혈관 속 혈액량이 증가해 고혈압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혈액 속의 나트륨을 피부로 옮겨 저장하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져 고혈압이 생기지 않는다는 게 동물실험의 의미입니다.

이 동물실험 결과를 그대로 사람에게 적용하기는 이릅니다만, 고혈압을 이해하는 힌트를 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폐경은 여성 고혈압 발생률에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202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40대 고혈압 유병률에서 남성(28.7%)은 여성(11.2%)보다 2.6배 높습니다. 하지만 이 차이가 50대에는 1.7배, 60대에는 1.2배로 줄고, 70대에는 오히려 여성(71.9%)이 남성(64.1%)보다 높아집니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이론이 나왔습니다만, 나트륨의 피부 저장 과정에서 성호르몬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즉, 여성호르몬이 충분히 분비될 때는 혈액 속 나트륨을 피부 속으로 옮겨 저장하는 작용이 잘 이뤄지지만, 폐경으로 여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 그 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고혈압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여성호르몬이 혈중 나트륨을 직접 피부로 옮겨 저장하는 작용을 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즉, 아직 인과관계는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폐경 이후 피부 나트륨 저장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으로 보아 여성호르몬과 나트륨 처리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호르몬 중에 미네랄 처리에 직접 작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부갑상샘호르몬은 혈액 속 칼슘의 농도가 떨어지면 분비가 늘어나 뼈에서 칼슘을 꺼내기도 하고, 콩팥의 배출도 억제하며, 장에서 칼슘 흡수량을 증가시켜 혈중 칼슘 농도를 높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생명체는 생존에 필요한 영양소 조절 기능이 잘 발달하면서 진화해왔습니다.

그 덕에 인간을 포함한 고등한 동물은 물, 나트륨, 칼슘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영양 성분을 흡수, 저장, 이용하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예전의 <건강 편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세포가 물을 순식간에 받아들이거나 내보낼 때 세포벽에 있는 ‘아쿠아포린(aquaporin)’이란 단백질이 관여합니다. 세포가 물을 잘 사용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았으나 아쿠아포린 단백질이 발견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나트륨을 피부에 저장했다가 꺼내 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몸 안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므로, 즉 많이 존재하여 그에 관여하는 호르몬 또는 단백질 발견이 늦어지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나트륨이 피부와 혈액(체액)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 그 상세한 과정도 머지않아 확인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면 고혈압, 특히 소금(나트륨)에 민감한 고혈압의 더 나은 예방법과 치료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싱겁게 먹기를 실천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고혈압의 위험 요인으로는 나이, 흡연과 음주, 소금 섭취, 유전, 비만, 운동 부족 등이 꼽힙니다.

나이, 유전 등 사람의 힘으로 쉽게 바꾸기 어려운 요인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소금 섭취 줄이기와 금연, 운동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은 계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