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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물 없는 소금’이 숨어 있는 창고는 어디일까요?

바로 ‘피부’입니다. 피부는 맨 위에서부터 아래로 표피, 진피, 피하지방 순으로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피부는 하나의 막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멜라닌 세포, 피지샘 등 여러 피부 부속기가 들어 있습니다.

피부 진피 무게의 약 70~80%는 콜라겐이 차지하고 있으며, 2~4%는 탄력섬유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콜라겐이나 탄력섬유 등을 피부 결체조직이라고도 합니다. 피부 결체조직을 구성하는 영양성분은 탄수화물과 지방 등입니다.

탄수화물과 지방의 분자는 탄소(O), 수소(H), 산소(O)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물 없는 소금, 즉 나트륨 분자가 피부 결체조직의 수소(H) 자리에 대신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나트륨 분자가 탄수화물 분자 안으로 쏙 들어가 있으므로, 물이 별도로 필요 없습니다.

지난 <건강 편지>에서 생명체는 생존에 필요한 물과 미네랄 등을 잘 저장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나트륨을 저장하기에 피부가 가장 적합한 장소였으므로 피부를 저장 창고로 동물이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성콩팥병이 있는 사람이 점점 나빠져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말기신부전 상태가 됩니다. 투석이나 콩팥 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존이 힘든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 수 없습니다. 몸 안의 노폐물이나 나트륨 등을 배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신장 투석을 받기 시작한 뒤 3~4개월 만에 체중이 10kg이나 빠지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별한 운동이나 식사 조절을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빠지는 것입니다.

투석하는 동안 몸 안에 있던 수분이 빠지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입니다만, 피부에 저장돼 있던 나트륨도 함께 빠져나갑니다.

식품으로 섭취한 나트륨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물 있는 나트륨으로 혈액, 체액, 세포액 등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둘째는 물 없는 나트륨으로 피부에 저장된 것입니다. 이는 나트륨 동위원소를 이용해 다리 피부를 MRI로 촬영한 결과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또 피부 생체 조직 검사에서도 혈액보다 높은 나트륨이 발견되었습니다.

피부가 나트륨을 저장한다는 이론은 우주인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머물면 특이한 현상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하나가 짠 음식을 먹으려는 욕구가 증가한다는 사실입니다.

2008년 한국으로서 처음 우주인에 선발돼 우주선에 탑승하고 돌아온 이소연씨는 인터뷰에서 “우주인들 사이에서 라면, 김치, 고추장의 인기가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우주에서는 짠 음식을 먹고 싶어질까요?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에서는 피부에 저장되는 나트륨의 양이 증가하는 반면,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감소하기 때문이란 이론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귀환한 우주인에 대한 24시간 소변 검사를 했더니, 식사로 섭취한 나트륨양보다 더 많은 나트륨이 검출되었습니다.

즉 지구에 귀환한 뒤 하루 소금을 10g밖에 먹지 않았는데도 소변으로는 섭취한 10g 이상의 소금이 배출된 것입니다.

혈액(체액) 속의 나트륨, 즉 ‘물 있는 나트륨’이 이처럼 많이 배출됐다면 물까지 함께 배출돼 단기간에 체중이 7~8kg 감소합니다. 하지만 우주인들에게 이런 체중 감소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우주인이 먹은 양보다 소변으로 더 많이 배출된 나트륨은 몸 안에 저장돼 있던 물 없는 나트륨이란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물 없는 나트륨 이뇨작용’이라고 말합니다.

우주인과 비슷한 현상은 기압이 낮은 해발 3,000m 이상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납니다.

우리 몸은 나트륨을 창고인 피부에 넣어두었다가 중력이나 기압 등의 변화가 생기면 다시 혈액 속으로 되돌린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한 가지 더 흥미로웠던 점은 소변에서 배출되는 나트륨의 양이 1주일, 보름, 한 달 등의 주기로 일정한 변화 폭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은 어떻게 나트륨을 피부에 저장했다가 다시 꺼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