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압(위-아래 혈압 차이)을 잘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
혈압의 정상 기준은 120/80mmHg입니다. 우리나라 고혈압 진단 기준은 140/90mmHg 이상일 때입니다.
고혈압으로 진단받으면 의사는 혈압약 복용을 권고하면서, 그와 함께 체중감량, 싱겁게 먹기, 금연 등의 생활 습관 교정도 하도록 지도합니다.
고혈압 환자 A,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혈압약을 복용하고, 생활 습관 교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 다 평소 꾸준히 혈압을 측정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A씨의 평균 혈압은 118/68mmHg이고, B씨의 혈압은 122/80mmHg입니다.
하루 이틀 혈압이 아니라 한 달 또는 두 달 이상 평균 혈압입니다. 이 수치는 정상 혈압에 근접하거나, 정상 혈압보다 약간 낮으므로 혈압이 꽤 잘 조절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A, B 두 사람의 혈압을 자세히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수축기(위) 혈압에서 이완기(아래) 혈압을 뺀 숫자가 A씨는 50이고, B씨는 42입니다. 이 숫자를 ‘맥압’이라고 합니다. 혈압이 정상인 사람의 맥압은 수축기(120)와 이완기(80)의 차이인 40(mmHg)입니다.
고혈압이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 위험 요인 1위입니다. 그러다 보니 치료와 관리의 관심이 수축기-이완기가 모두 높은 고혈압에 쏠려 있습니다.
그런데 혈압의 위와 아래의 차이인 맥압도 고혈압에 못지않게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맥압이 심혈관 질환 또는 전체 사망률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맥압이 고혈압보다 심혈관 질환의 더 중요한 인자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맥압이 너무 커지면 심장의 관상동맥, 뇌혈관 등 중요한 혈관에 생기는 질환의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맥압을 이해하려면 먼저 혈압을 알아야 합니다.
다소 어려운 내용입니다만,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상 혈압인 사람의 주요 동맥이 받는 평균 혈압은 93mmHg입니다. 수축기 혈압+(이완기 혈압×2)을 3으로 나눈 값입니다. 그런데 고혈압인 사람(140/90)은 이 숫자가 107mmHg가 됩니다. 고혈압이면 혈관 벽이 받는 압력이 평균 14mmHg가 높다는 뜻입니다.
잠깐이 아닌, 하루 내내 이렇게 높은 압력이 가해지면 동맥경화증이 생기고 혈관의 탄력도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혈관의 변화를 촉진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나이입니다.
심장이 수축하면 많은 혈액이 혈관(동맥)에 공급돼 혈관이 확장합니다. 이때 혈관은 높은 압력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수축기(위) 혈압입니다.
반대로 심장이 이완하면 늘어났던 혈관 속의 혈액의 양이 감소하고, 혈관도 쪼그라듭니다. 이것이 이완기(아래) 혈압이지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혈관의 탄력도가 감소해 이완기 때에 혈관이 정상적으로 쪼그라들지 않아 이완기 혈압이 점점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젊을 때 혈관은 새 풍선처럼 탄력이 좋습니다. 새 풍선은 바람을 불어넣으면 쉽게 부풀어 올랐다가 바람을 빼면 원래 모습으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오래된 풍선은 바람을 빼도 원래 모습으로 잘 돌아가지 못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으로 남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80대 C씨는 혈압이 130/60mmHg입니다. 위 혈압은 정상과 고혈압의 중간쯤 됩니다만 아래 혈압은 매우 낮아서 맥압이 70mmHg이나 됩니다.
연세 드신 환자 중에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완기 혈압이 60mmHg라는 것은 C씨의 동맥혈관의 탄력도가 낮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나이에 따라 차이는 있습니다만 대체적인 맥압의 권고 기준은 40~60mmHg입니다. 맥압이 이 범위를 벗어나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이 먹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겠지요.
가장 좋은 권고안은 운동입니다.
고혈압 여부에 상관없이 맥압이 60~70mmHg로 크다면 적극적으로 운동을 통해 혈관 건강 관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아울러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은 약물 복용으로 콜레스테롤도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건강 장수를 위한 필수적인 건강수칙인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 싱겁게 먹기는 맥압을 너무 커지지 않게 하는 등 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서도 중요한 건강수칙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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