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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65
작성일자 2023-12-26
잠비아가 나와 무슨 상관이야?


얼마 전 국내 뉴스로 보도됐던 ‘잠비아서 감염 의심 환자 수백 명 나왔다...최대 치사율 95% 이 병은?’이라는 기사를 기억하시는지요?

아프리카 대륙 중남부에 있는 나라 잠비아에서 인수공통 감염병인 탄저병 의심 사례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684건이 보고됐으며, 이 중 4명이 사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를 접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잠비아의 전염병이 나와 무슨 상관이지?”

“탄저병이 그렇게 무섭다는데 해외여행 가도 괜찮을까?”

“중국은 가까우니까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금방 들어왔지만, 아프리카는 머니까 전염병이 못 오겠지?”

과거에도 치사율이 높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의 감염병이 아프리카에서 유행한다는 소식이 종종 보도되었습니다.

하지만 피부에 잘 와닿지 않은 탓인지 금방 잊혔습니다.

다만 코로나19(COVID-19)를 겪으면서 외국의 감염병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해외 감염병 관심이 조금 늘긴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관심은 여기까지입니다.

과거의 한국이었다면 그래도 별문제 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등 먼 나라에서 생긴 감염병이 나에게 직접 영향을 줄 확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인에게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무심해도 되는 먼 나라의 감염병은 없습니다.

수출, 수입을 포함한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인 한국은 하루에도 수천~수만 명이 내외국인이 드나듭니다. 2024년 한국에서 일할 외국인 근로자는 16만5,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일손 부족으로 농사도 못 짓고 고기도 잡지 못할 정도가 되었으니 이제 한국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까지 국제화된 도시, 글로벌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람과 물자가 대규모로 오가는 과정에서 원치 않은 것들도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세균과 바이러스도 포함됩니다.

심지어 그 통로가 한국인, 외국인, 수입 물품, 동식물 등 무엇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경로이든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병이 우리나라에 유입됐을 때 효율적으로 대처할 능력이 있을까요?

과거에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가 발생해도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먼저 문제가 되었고 그들이 대처 방법을 내놓았습니다. 시간이 다소 흘러 우리나라에 감염병이 올 때쯤에는 선진국에서 개발한 백신이나 치료 약을 구해와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경험했듯이 감염병은 국경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통해 하루 이틀 만에 전 세계 어디든 퍼져나갈 만큼 이동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잠비아에서 발생한 탄저병이 내일모레쯤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고 봐야 합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모색했어야 합니다.

우리가 많은 나라에 한국산 자동차를 팔고, 스마트폰을 팔 때 그 수익의 일부를 떼어 감염병 대처 능력을 키우는데 투자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출해서 번 돈으로 좋은 집과 자동차를 샀고, 해외여행을 즐기면서도 감염병을 연구하거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별로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세계를 향한 문을 열고 사람이 오가고 수출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나라입니다. 감염병이 무섭다고 해서 쇄국을 고집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세계를 향해 문호를 더 개방하되, 그로 인해 벌어질 문제들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감염병의 위험성을 대비하는 데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것이 낭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돌이켜보면 답이 보입니다. 감염병은 전쟁만큼이나 큰 인적, 물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적의 침략에 대비해 국방력을 갖추는 자세로 감염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몇 년 안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예측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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