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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갈래요?”

2001년 개봉됐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여주인공 은수(이영애 분)가 상우(유지태 분)에게 해서 유명해진 대사입니다.

원래의 대사는 “라면 먹을래요?”였는데,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살짝 로맨틱하게 바뀐 버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대사만 떠올리면 늦은 밤에도 라면이 생각난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유혹에 이끌려 야식으로 라면을 먹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다음 날 아침 얼굴과 손, 발이 부어서 뒤늦게 후회했던 경험을 누구나 한두 번쯤 가지고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낮 라면’과 ‘밤 라면’이 따로 있지는 않을텐데, 왜 유독 밤에 라면을 먹으면 다음 날 아침에 얼굴이 부어 스트레스를 받게 될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항이뇨호르몬(ADH)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물과 노폐물을 소변으로 내보냅니다. 하루에 거르는 혈액은 총 180L이고 소변의 양은 약 1.8L입니다. 하루 7~8회쯤 소변을 봅니다.

그런데 소변은 깨어 있을 때만 볼 뿐, 밤에 잠을 자는 동안은 소변을 보지 않습니다. 밤에 푹 잘 수 있도록 몸에서 소변을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잠자는 동안 뇌는 항이뇨호르몬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 콩팥이 소변을 만들지 못하도록 합니다.

소변을 만드는 것을 이뇨(利尿) 작용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항(抗)이 붙어 있으니, 소변을 만들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밤에도 소변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항이뇨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과민성방광, 전립선비대증 등이 있을 때입니다.

낮에 라면을 먹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라면 1개에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섭취량(2,000mg)의 80~90% 이르는 1,800mg 안팎의 나트륨이 들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나트륨이 한꺼번에 몸 안에 들어오면 물을 많이 마시게 되고, 혈액 속 물의 양이 증가합니다.

그러면 콩팥이 이를 감지하고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많이 만들어 배출하게 합니다. 자주 화장실에 들락날락하게 되는 것이지요. 소변을 통해 물과 소금(나트륨)이 빠져나가므로 몸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밤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날 이미 아침, 점심, 저녁 식사로 많이 섭취한 소금이 몸에 있는데 또 라면을 먹으면 꽤 많은 소금(나트륨)과 물이 몸에 더 들어옵니다.

이 상태에서 잠들면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돼 소변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몸 안에 소금과 함께 많이 들어온 물도 밤새 몸 안에 머물게 됩니다.

우리 몸은 혈액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라면을 먹어 혈액 속에 너무 많아진 소금과 물의 일부가 혈관을 벗어나 팔, 다리, 얼굴 등의 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웁니다. 이것이 부종(붓기)입니다.

이 부종은 젊은 여성들에게 더 잘 생깁니다.

소금과 물 섭취, 항이뇨호르몬 분비 등은 여성이나 남성이 똑같습니다만, 여성들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영향을 더 받기 때문입니다. 여성 중에 월경 전에 유난히 몸이 잘 붓는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라면뿐 아니라, 밤에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겨도 그 안에 든 과도한 나트륨과 수분,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겹쳐 다음 날 얼굴과 손발, 다리의 부종을 일으킵니다.

아침 해가 뜨고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면 항이뇨호르몬이 감소하고, 콩팥은 소변을 많이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몸 안의 나트륨과 물이 빠져나가면서 손발과 다리, 얼굴의 붓기가 감소합니다.

이를 상습적으로 반복하면 콩팥이나 간은 물론 몸 전체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