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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52
작성일자 2023-09-25
건강검진에서 찍은 뇌 MRI로 골치 아픈 사연


60대 후반 B씨. 건강검진에서 뇌 MRI를 찍고 난 뒤에 고민이 생겼습니다.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종양은 양성이라 암은 아니라고 하지만, 혹시 더 커지는 것은 아닐까, 혹시나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B씨는 대학병원 내분비내과를 찾아 혈액검사 등을 한 결과 혈중 프로락틴 호르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의 깊숙한 곳에 있는 뇌하수체는 1cm 안팎의 작은 부위이지만, 성장호르몬, 프로락틴 호르몬, 성선자극 호르몬, 갑상샘 자극 호르몬, 항이뇨호르몬, 옥시토신 등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이 호르몬을 통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인체의 많은 부분을 조절, 통제합니다.

그런데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거나, 너무 적게 분비돼 인체의 조절-통제 능력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임신부가 출산하면 뇌하수체는 프로락틴(유즙 분비 자극 호르몬)을 분비해 모유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프로락틴은 모유 수유할 때만 많이 분비되어야 하고, 평소에는 많이 분비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뇌하수체 종양이 생기면 수유하지 않는 여성, 남성들에게도 프로락틴이 많이 분비돼 젖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를 유루증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있으면 가임기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나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뇌하수체 종양이 초래하는 또 다른 증상으로는 말단비대증(또는 거인증)도 있습니다. 사춘기까지만 활발하게 분비되고, 그 이후에는 감소해야 하는 성장호르몬이 종양 때문에 계속 분비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키가 2m 이상으로 커지거나, 손과 발, 코 등 인체의 끝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증상입니다.

말단비대증을 부른 뇌하수체 종양이 더 자라면 시신경을 압박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구약성경에는 다윗과 거인 골리앗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대 의학으로 분석해보면 골리앗은 뇌하수체 종양에 의한 거인증과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을 겪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골리앗은 키 작은 소년 다윗이 자신에게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알아차리지 못했고, 결국 다윗이 던진 돌을 이마에 맞고 뇌하수체졸중(pituitary apoplexy)으로 쓰러졌다가 칼로 목이 베여 사망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뇌하수체 종양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에 뇌하수체 종양 발생이 급증하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뇌 MRI를 찍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합니다.

별다른 증상 없이 사망한 사람들을 사후에 검사한 결과 뇌하수체 종양이 있을 확률이 5~25%에 이른다는 연구도 나와 있습니다. 뇌하수체 종양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도 수명을 다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건강검진에서 뇌 MRI를 찍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국립암센터는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 7,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권고하지 않은 검사를 받은 사람이 4명 중 1명에 이르렀다고 발표했습니다.

권고하지 않는데도 검사를 받은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전신 양전자 단층촬영(PET-CT). 종양표지자 검사, 뇌 MRI 또는 MRA 검사 등이 꼽혔습니다.

또 검진 목적의 갑상샘 초음파,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의 저선량 흉부 CT, 췌장암 선별 검사, 심혈관 위험이 낮은 사람의 관상동맥 CT, 기대여명 10년 이하 고령자의 암 검사 등도 권고하지 않는 검사로 평가되었습니다.

이처럼 권고하지 않는 검사들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의료자원이 과도하게 소모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의학한림원은 밝혔습니다.

이는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그동안 나온 연구를 살펴보면 건강검진에서 무엇인가 발견됐을 때 △그대로 두어도 되는 것, △치료 방법이 없을 때는 검진 항목에서 제외하라는 의견들이 많았습니다.

B씨는 현재 약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프로락틴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 종양은 도파민 작용제로 치료하면 90~99%가 정상으로 회복하며, 약 60~70%는 종양의 크기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B씨가 건강검진에서 뇌하수체 종양을 발견한 것이 삶을 행복하게 하고, 수명을 더 늘려주었을까요, 모르고 사는 것이 더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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