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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월에 보낸 <건강 편지> ‘아프지 않은데 왜 병원에 가나?’를 기억하시는지요?

과거에는 아픈 사람들이 주로 병원을 찾았고, 그 후에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병원에 가는 이유가 통증→불편→도움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어도 아프지도,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사서 먹습니다.

왜 사람들은 아프지 않은데도 미리미리 병원에 다니고, 약도 먹고, 식사조절이나 운동을 할까요?

40대 K씨는 건강검진에서 사구체여과율(eGFR)이 58mL/분으로 떨어졌다는 말을 듣고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60mL/분 아래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합니다.

K씨의 사구체여과율은 60mL/분 아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증상인지 3개월 이상 지속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합니다. 일시적으로 60mL/분 아래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K씨는 병원에 찾아왔을까요? 그와의 대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부친은 10년 이상 신장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부모가 만성콩팥병이 있다고 해서 자녀에게 다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부 만성콩팥병은 유전적 소인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력으로 확장하면 확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직접 유전되지는 않아도 짜게 먹거나, 과식하는 식습관을 가족 사이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씨는 만성콩팥병의 예방을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아파야 병원에 갔습니다.

아프기 전에 미리 병원에 다니는 것은 부자가 아니면 상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도입돼 의료기관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요즘은 건강보험 외에도 실비보험, 암 보험 등 여러 보험에 가입함으로써 병원비 걱정을 덜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잘살게 되면서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과거보다 많이 달라졌습니다.

즉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며 이를 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만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의학에서도 급성질환의 치료에서 만성질환의 치료를 거쳐 예방 쪽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인구가 많고, 수명이 늘어났으며,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질병 치료만으로 의료 수요를 제대로 충족하기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병에 걸리고 난 뒤에 치료하려면 비용이나 시간, 노력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병이 생기기 직전에 선제적(preemptive)으로 대처하거나, 평소의 예방적(preventive) 노력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선제, 예방은 미리 대비한다는 점은 공통점이 있으나, 바로 직전에 대처하는 것을 선제적이라고 하고, 오래전부터 대비하는 것을 예방적이라고 합니다.

질병의 예방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방법을 찾는 것이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입니다.

금연, 절주, 적정 체중 유지, 운동, 건강한 식단, 싱겁게 먹기 등이 사실 다 예방의학에 해당합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수면, 예방접종 등도 포함됩니다.

다만 예방 노력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수가로 보전해주는 비율이 극히 낮다 보니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하고, 실천법을 적극적으로 보급하는 방법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 건강도 지키고, 건강보험 지출도 줄일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을 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