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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 인기가 높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다이어트약 등의 이름으로 몇몇 비만 치료제들이 출시됐습니다만, 약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전 미국에서 출시된 ‘위고비’ 등의 비만 치료제는 없어서 못 팔 지경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약이 품귀현상을 빚자 일부 병원은 환자 진료 접수를 중단하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덕분에 이들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는 주식 가격이 폭등해 시가총액이 유럽연합(EU) 2위에 오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어 보이는 비만 치료제의 인기 급등 현상의 뒤에 당뇨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원전 460년경에 태어난 히포크라테스도 당뇨병에 대한 기록을 남겼을 정도로 인간은 오래전부터 당뇨병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뇨병이 왜, 어떤 이유로 생기는지는 몰랐죠. 당뇨병의 원인을 알아가는 과정은 매우 드라마틱했습니다.

첫째로 당뇨병이 그 모습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에 들어서였습니다. 중요한 계기가 인슐린 발견이었습니다. 인슐린을 투여하자 혈당이 극적으로 조절됐고, “이제 당뇨병은 해결됐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성급했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지요.

둘째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건강하고 인슐린도 제대로 분비되고 있는데 당뇨병 합병증이 생긴다는 사례들이 확인된 것입니다.

연구 결과 그 원인이 ‘인슐린 저항성’ 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셋째로 아울러 인슐린을 쓰던, 쓰지 않던 혈당을 정상 수치로 조절해주기만 하면 당뇨병성 신증이나 당뇨망막증, 당뇨발 등의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넷째로 요즘은 인슐린 외에도 여러 종류의 약을 당뇨병 치료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중요하게 사용되는 치료법이 체중감량입니다.

<건강 편지>에서 몇 번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만,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의 발생 원인에서 비만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만성질환 관리-치료에서 체중감량은 매주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혈당 조절은 당뇨병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만, 약만으로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고용량의 약을 쓰면 만성질환은 잡을 수 있을지 몰라도, 부작용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약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체중을 줄이면 약의 용량도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인기인 비만 치료제의 원리도 당뇨병 치료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식사를 한 뒤 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GLP-1)이 인슐린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뇌에 신호를 보내 배부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해 환자들에게 투여하자, 환자들의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체중감량 효과에 주목한 제약회사는 이 약을 비만 치료제로 내놓았는데, 이것이 빅 히트를 기록한 것입니다.

제가 <건강 편지>에서 종종 말씀드린 ‘체중 3.5kg 줄이기’의 효과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에게 3.5kg 감량을 추천합니다.

현재 체중에 상관없이 3.5kg을 줄이면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이 확실하게 개선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은 젊은 사람들에게나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하루빨리 버리시기를 권합니다.

과체중이나 비만은 그 자체가 질병이며,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수많은 만성질환의 주범이기도 합니다.

과체중, 비만일 때 체중감량은 외모 관리가 아닌 치료입니다.

국내 당뇨병 인구가 600만 명을 넘고 있어, 당뇨병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노력을 꼭 해야 합니다.

비만 치료제를 먹어서라도 체중을 줄이면 좋겠습니다만, 그보다는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빼는 것이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