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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47
작성일자 2023-08-22
생로병사(生老病死) 아닌 생로사(生老死)? <1>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수천 년 동안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그런데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순서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이 생각은 당연할까요?

수명 연장과 인구 고령화, 의학-의술의 발전 등은 생로병사라는 오랜 상식에 미묘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생로사(生老死)’의 출현입니다.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은 암, 심혈관 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자살,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간 질환, 패혈증, 고혈압 등입니다.

질병이 사망의 주된 원인입니다. 나이 들어 몸에 병이 나서 앓다가 죽는 사람이 많습니다.

병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 중입니다만, 그중에서 노화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출생→노화→질병→사망 순서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나이 들어 암, 중증 혈관 질환, 치매 등의 병에 걸려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경로에서 벗어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50대에 당뇨병이나 고혈압 진단을 받았으나 약을 잘 먹고, 운동, 체중조절, 건강한 식단 등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해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고 80대에 이른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암, 치매에 걸리지 않으면 10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빗나가는 사례가 있습니다. 90세쯤 찾아오는 ‘고령’이라는 중대한 고비를 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성질환이 있어도 심한 합병증이 없고, 별다른 불편함을 호소하지도 않던 90세 노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이럴 때 사인(死因)은 질병이 아니라, 노화(또는 고령)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실체가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만, 90세쯤 되면 질병의 직접 작용이 아니라도 그 ‘어떤 원인’으로 인한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습니다.

아직 ‘어떤 원인’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몇몇 연구자들이 이를 밝히기 위한 연구비를 미 식품 의약국(FDA)에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적도 있습니다. 노화의 정의, 연구 목적과 내용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FDA 측은 설명했습니다.

의학 이론 중에 ‘노화는 질병’이란 개념도 있습니다. 단지 노화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 노화를 병의 하나로 본다는 것입니다.

노화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상당 부분 밝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화의 한 증상인 흰 머리카락은 두피에서 멜라토닌이란 검정색 색소를 만드는 세포(멜라노사이트)가 감소해서 생깁니다. 즉 머리카락을 만드는 두피의 세포 또는 줄기세포의 감소가 노화를 초래하는 것이지요.

또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가 감소하는 것을 노화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 질병은 아니지만, 노화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혈액 속의 단백질이 증가 또는 감소, 혹은 혈중 호르몬 균형 변화가 노화와 밀접하다는 연구들도 나와 있습니다.

이들 외에 사람의 몸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있는데, 이것이 제 기능을 못 하는 것 역시 노화로 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노화에 관련된 지표들은 연구를 통해서 더 규명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이것들이 사망에 직접 영향을 주는지 밝혀질 것입니다. 그때 ‘어떤 원인’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1년 통계표에 따르면 한국 90대의 기대여명은 여성 5.3세, 남성 4.2세입니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암, 심장병, 폐렴, 뇌혈관질환 등입니다만,

90대는 이 밖에도 ‘어떤 원인’, 즉 사람의 수명을 켜고 끄는 ‘스위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처럼 90세쯤 찾아오는 고비를 잘 넘으면 기대여명도 확 늘어 많은 사람이 100세 장수의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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