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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은 사람이 10년 전 심장 관상동맥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았고, 5년 전에는 뇌졸중 치료를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장, 뇌, 콩팥 질환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점을 규명하는 논문들도 계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장에 이상이 있을 때 콩팥 질환이 나타날 때를 ‘심장-콩팥증후군’, 반대는 ‘콩팥-심장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심장, 콩팥에 뇌를 포함해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들 질환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타나기만 한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으나 문제는 한꺼번에 물밀듯이 발생할 때입니다.

50대 중반 남성 K씨. 건강검진에서 콩팥이 나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콩팥이 웬만큼 나빠질 때까지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는 “걸으면 숨이 차고, 소변 줄기가 약하다”라고 말했습니다.

혈액-소변검사와 경동맥과 콩팥 초음파 검사 등을 진행한 결과는 놀랄만한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혈압은 184/123mmHg으로 정상 혈압(120/80mmHg)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는데, 이 정도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입니다.

총콜레스테롤도 238mg/dL로 정상 범위(130~220mg/dL)보다 높았고, 중성지방도 기준치(40~155mg/dL)보다 훨씬 높은 257mg/dL였습니다.

혈당도 131mg/dL로 당뇨병 진단 기준(125mg/dL)을 웃돌았고, 요산도 9.8mg/dL로 기준치(3.8~8.3mg/dL)를 넘었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은 47.2mL/분으로 만성콩팥병 3기로 추정됩니다. 사구체여과율이 60mL/분 미만은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입니다.

초음파 검사에서 경동맥이 좁아져 있으며, 심장에 부담을 주는 많은 혈액량을 줄이기 위한 단백질(BNP) 수치는 1,996pg/mL로 기준치(0~250pg/mL)를 8배 가까이 초과했습니다.

그의 심장-콩팥-뇌는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장은 정상보다 커진 ‘심장비대’를 보이고 있으며, 콩팥은 만성콩팥병입니다.

경동맥의 동맥경화증으로 추정컨대 뇌졸중 위험성이 높아져 있습니다.

심장, 뇌, 콩팥 질환 중 어느 하나가 먼저 발견되고, 이어 다른 장기의 질환이 순차적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K씨처럼 한꺼번에 심장, 콩팥, 또 뇌의 이상이 발견되는 사례는 드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의 말에 이유가 들어 있습니다. 그는 “병원을 멀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생업이 바쁘고, 삶에 여유가 없다면 건강을 챙기는 일마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상황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2년에 한 번 건강검진도 못 받거나, 몸이 아픈 데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양한 건강보험 외에 의료보호 제도들이 있습니다. 무료로 혈압을 잴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K씨의 사례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병원을 멀리하고 싶었다’라는 말에는 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않았다는 의미보다는 다른 의도가 들어 있을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혈압 조절이 시급한 K씨에게 혈압약을 처방해주었고 일주일 뒤 진료 때 혈압은 143/105mmHg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직은 혈압이 높으나 약물로 조절된다는 점, 약을 먹겠다는 의지가 K씨에게 생긴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건강 이상이 발견됐을 때 아예 손을 놓고 “이대로 살다가 죽겠다”라는 무책임한 반응을 보이는 사례도 있습니다만, K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병원 진료가 즐겁고 신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병원에 가면 주사를 맞거나 각종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의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병원은 가까이해야 합니다. 언제나 의논할 수 있는 의사가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병원을 찾으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을 찾으시라는 것입니다. 그런 행동은 건강으로 보답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