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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의 소망입니다.

그렇다면 ‘잘 먹는 게’ 무엇일까요?

“고기를 자주 먹는 게 잘 먹는 것이다” “진귀한 음식, 해외에 가서 이름난 현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터입니다.

이들 말에는 잘 먹는 것의 중점이 무언가를 찾아 먹는 데에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잘 먹으려면 먹는 것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합니다.

조절은 주로 음식의 양에 해당하지만, 먹는 시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삼시세끼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이 아침, 점심, 저녁 등 하루에 세 번 식사합니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기록을 보면 왕이나 지위가 높은 양반 등 일부 계층을 제외한 많은 사람이 하루에 두 번 식사했다고 합니다. 하루에 세 번 식사하는 문화가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루 2~3회 식사는 보편적인 문화입니다.

그런데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식문화 중 하나가 야식(夜食)입니다.

저녁밥을 먹고 잠들기 전에 출출하다면서 먹는 음식이 야식입니다. 간편하게 배달시킬 수 있고, 음식의 종류도 다양해져 야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인체의 세포는 24시간 내내 산소와 영양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24시간 내내 숨을 쉬어 산소를 공급받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음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 2~3회만 먹어도 음식으로 섭취한 영양을 혈액과 간, 근육 등에 저장해두었다가 몸을 움직일 때, 숨을 쉴 때, 심장이 뛸 때, 체온을 조절할 때 적절히 배분해서 사용합니다.

오히려 잦은 음식 섭취, 특히 밤늦게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단식’이란 단어가 들어 있어서 며칠씩 굶는 것을 떠올릴 수 있지만 정확한 뜻은 ‘식사와 식사 사이 공복’입니다. 영어로는 ‘intermittent fasting’이라고 합니다.

하루 24시간 중 8시간만 음식을 먹고 16시간을 공복 상태를 유지하는 ‘16대 8 간헐적 단식’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두 끼를 먹던, 세 끼를 먹던 8시간 안에 끝내고, 그 외의 16시간 동안 물 정도만 먹고 음식은 먹지 않는 방법입니다.

이처럼 음식 섭취 시간을 잘 조절하면 음식 섭취량 조절 못지않게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습니다.

공복을 잘 유지하려면 야식을 포함해 밤에 먹는 행동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16시간 공복이 어렵다면 우선 목표를 12시간으로 잡아 먼저 실천하고, 조금씩 늘려가는 방법을 권합니다.

만약 아침 식사를 8시에 한다면 전날 저녁 8시에 식사한 뒤 밤에는 물 외에는 음식을 먹지 말아야 12시간 공복이 가능합니다.

스페인 연구팀의 논문을 보면 밤사이 공복이 13시간 이상이고, 아침 식사를 오전 8시 이전에 하는 사람은 당뇨병 발병률이 53%나 낮았습니다.

반면에 오후 10시 이후에 저녁 식사를 하는 사람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사람의 몸은 ‘일주기 리듬’의 밀접한 영향을 받습니다. 시계가 없어도 해가 뜨고 지는 주기에 따른 생체 시계가 있습니다. 그에 맞춰 아침에 잠을 깨고, 움직이고, 음식을 먹고, 밤이 오면 다시 잠듭니다.

몸 전체가 일주기 리듬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뇌와 심장, 콩팥, 위와 장 등 각각의 기관,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일주기 리듬의 영향을 받습니다.

밤에는 잠을 자는 동안 소화기관을 포함한 장기, 세포들도 쉬면서 낮에 쌓였던 피로를 풀고 손상된 부분을 복구해야 다음 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잠들기 전에 야식을 먹으면 장기, 세포는 밤새워 일해야 합니다.

설령 밤에 7시간을 잤더라도 야식으로 섭취한 음식을 처리하느라 장기와 세포들은 실제로는 쉬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만성질환 발병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