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앞날을 며칠만 미리 알 수만 있다면 인생은 꽃길이 될 것입니다. 로또 복권을 사서 부자가 되고, 좋지 않은 일은 미리 대비해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면 건강-장수를 누릴 수도 있겠지요.

미래 예측은 의학에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어떤 병이 언제 생길지, 또는 현재 가지고 있는 병이 더 악화할 것인지 예측은 의학-의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유전자 연구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명한 헐리우드 여배우는 암 가족력과 유방암-난소암에 연관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유전자에 기반한 질병 미래 예측의 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뇌졸중, 심근경색, 간경화, 암 등 대부분 질환은 예측이 어렵습니다.

건강검진, 또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초음파, CT, MRI, 혈액검사를 하는데도 내 몸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현재의 의학과 의술은 지금의 내 몸 상태는 꽤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심장 혈관이 좁아졌는지 아닌지, 간에 염증이 있는지 등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 심근경색으로 악화할지, 간경화로 진행될지 정확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애매하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콩팥입니다.

현재와 가까운 과거의 콩팥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면, 앞으로 콩팥 건강이 어떻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게 가능해지기까지 의학 연구의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콩팥이 소변을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의사 갈렌에 의해 알려졌습니다. 이후 잉크가 든 혈액이 콩팥을 통과하면 잉크색 소변이 아닌 맑은 소변이 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콩팥이 혈액을 거른다는 사실, 즉 청소(여과)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것이지요.

콩팥의 여과 기능을 측정해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는 개념이 나왔고, 당의 일종인 ‘이눌린’을 이용한 ‘이눌린 청소율’이라는 것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방법의 정확도를 보완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고, 마침내 혈중 크레아티닌을 이용한 콩팥 기능 측정 방법이 개발되었습니다.

이것인 현재 병원에서 기본 콩팥 검사법인 크레아티닌을 이용한 사구체여과율(GFR)입니다.

이는 핏속 크레아티닌을 콩팥이 얼마나 거르느냐를 확인하는 것, 즉 ‘크레아티닌 청소율’입니다. 혈청 크레아티닌과 키, 체중, 성별, 나이 등을 고려해 계산하는 ‘eGFR’를 진단에 주로 사용합니다.

이는 의학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 이유는 인체의 수많은 장기 중에서 숫자로 기능을 표시한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심장 점수, 간 점수, 췌장 점수는 없지만, 콩팥 점수는 있습니다.

사구체여과율이 90mL/분이면 90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준이 있으므로 콩팥 점수가 60점, 즉 60mL/분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 15mL/분 미만으로 떨어지면 말기신부전으로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콩팥 기능을 숫자로 확인할 수 있게 됨으로써 콩팥 이식 수술의 성공률도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크레아티닌을 측정해 이상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함으로써 이식받은 콩팥의 생존율을 높였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의미는 콩팥 기능 변화를 그래프로 살펴보면, 그 사람의 콩팥 기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간 수치는 간이 염증으로 얼마나 손상됐는지를 보여줄 뿐 간 기능이 얼마나 되는지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향후 간 기능이 어떻게 변할지도 예측이 어렵습니다.

콩팥병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됨으로써 건강상 많은 이점이 생겼습니다.

수시로 콩팥 기능을 알아볼 수 있으며, 소금 섭취 줄이기,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식습관 등 실천으로 콩팥병 예방은 물론 온몸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