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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후반 B씨. 25년 전 단백뇨와 혈뇨 등으로 서울의 한 병원에서 만성 사구체신염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 약물복용이나 식사-운동요법 등의 특별한 조치 없이 살아왔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은 없으며, 콩팥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은 65~75mL/분 정도를 유지해왔다고 합니다. 이 숫자가 60mL/분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하는데, B씨는 만성콩팥병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 전 받은 콩팥 기능 검사에서 사구체여과율이 110mL/분으로 갑자기 높아진 것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이는 대개 건강한 20~30대에서 나타나는 수치입니다.

사구체신염을 앓은 지 오래됐고, 60세를 바라보는 장년층에서 이렇게 콩팥 기능이 높아지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근심 어린 표정의 B씨가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체중과 키, 혈압 등을 재고, 혈액검사와 소변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 결과 B씨의 사구체여과율은 91mL/분으로 나왔습니다. 이 또한 B씨의 평소 사구체여과율보다는 높은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왜 B씨의 사구체여과율이 높아졌을까요? 그의 콩팥 기능이 좋아졌기 때문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의 콩팥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많이 나빠지지도 않았습니다.

B씨의 사구체여과율은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B씨의 키는 167cm, 체중 54.3kg입니다. 체질량지수(BMI) 19.5입니다.

일반적으로 BMI 18.5~24.9 사이를 정상으로 봅니다만, B씨는 저체중에 가까울 정도로 체중이 적게 나갑니다. 체중이 적은 만큼 B씨 근육량도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적습니다.

이처럼 근육량이 적으면 혈중 크레아티닌 수치도 낮은데, B씨의 경우 0.9mg/dL입니다.

몸 안에서 단백질이 대사된 부산물인 크레아티닌은 대부분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사구체여과율을 측정할 때 크레아티닌 수치를 반영합니다. 즉 크레아티닌 수치가 낮으면 사구체여과율이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B씨의 경우 젊을 때는 체중이 지금보다 높았다가 나이 들면서 체중이 감소함에 따라 크레아티닌이 감소했고, 그에 따라 사구체여과율이 높게 나온 것입니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시스타틴을 이용한 다른 사구체여과율 검사를 했는데 이 결과는 68mL/분으로 원래 사구체여과율과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크레아티닌의 변동성이 클 때 시스타틴을 이용한 사구체여과율 검사도 합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량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근육량이 무척 많은 미식축구 선수들은 혈중 크레아티닌이 높아서 사구체여과율이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기술 발전에 따라서 진단 기술은 정교해질 것이지만, 이 진단 결과로 나온 수치를 해석하는 의사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B씨에게는 근육량을 늘여야 하는 절실한 과제가 생겼습니다. 일시적으로 사구체여과율이 높아졌지만, 얼마 뒤에 뚝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안은 근육량을 늘리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체중감량 때문에 고심하지만, B씨는 근육 위주로 체중을 늘려야 합니다.

B씨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37g입니다. 50대 남성의 하루 섭취권장량 50g의 74%에 불과할 정도로 적습니다. 하루 소금 섭취량은 7.6g인데 이 역시 싱겁게 먹으려는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식사량이 적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의 총콜레스테롤은 136mg/dL로 정상 범위(130~220mg/dL)의 하한선에 근접해 있습니다. 많은 한국인이 너무 높은 콜레스테롤 때문에 문제가 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행복한 고민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저체중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낮게 나온 것입니다.

근육량이 너무 적으면 60~70대에 근골격계 질환을 포함해 여러 건강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B씨가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는 콩, 우유 등 유제품, 계란, 생선, 견과류 등을 더 먹어 단백질 섭취량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콩팥 기능이 좋지 않으므로 육류 등의 추가 섭취는 권장되지 않으며, 단백질 보충제로 드시는 것도 금물입니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 근육을 증가시키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운동해도 금방 근육이 늘지 않는다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를 참고 꾸준히 운동에 매달리는 것이 최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