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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A씨는 만성콩팥병이 있습니다. 그의 콩팥 기능은 약 30%입니다.

사구체여과율이 30mL/분 수준이고, 크레아티닌은 3mg/dL입니다. 사구체여과율이 60mL/분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합니다.

평소 건강관리를 꾸준히 하고, 소금 섭취량도 7g 이하로 싱겁게 먹는 등의 노력 덕분에 사구체여과율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혈압약을 먹고 있는 A씨는 가정용 혈압계를 마련해 매일 혈압을 재는데 125/85mmHg쯤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는 해산물을 먹고 심한 배탈이 났습니다.

복통과 함께 하루 10번 이상 설사를 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검사는 해보지 않았습니다만,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설사가 계속되면서 혈압이 90/50mmHg로 뚝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7~8회 보던 소변 횟수는 2~3번으로 줄었습니다.

결국 응급실에 가서 생리식염수를 맞고, 약도 먹은 뒤에 설사가 멎고 건강도 회복했습니다.

응급실에서 받은 그의 검사 결과를 보면 사구체여과율이 8mL/분까지 뚝 떨어졌고, 크레아티닌 수준은 7mg/dL까지 치솟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급성신부전 직전에 해당할 정도로 콩팥 상태가 나빠졌던 것입니다.

2~3일 심한 설사를 했을 뿐인데, A씨의 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심한 설사를 하면 몸에서 물이 많이 빠져나갑니다.

이렇게 되면 몸에는 탈수 증상이 나타납니다. 몸이 심각한 물 부족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심한 탈수 현상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로 위급한 상태입니다.

그렇게 되면 인체는 몸 안에 있는 물을 최대한 내보내지 않기 위해 콩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을 대폭 줄입니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물과 노폐물을 소변 형태로 내보냅니다. 하지만 탈수증이 생기면 이 작용을 확 줄여서 소변을 아주 조금만 만듭니다. 평소 하루 7~8회 보던 소변 횟수가 2~3회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소변 색깔도 무척 짙어집니다.

소변량이 줄면서 하루 소변으로 배출하는 소금양도 평소 11~12g에서 1~2g으로 감소합니다. 탈수로 비상 상황에 걸린 몸이 물과 소금을 최대한 몸 안에 붙잡아 두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콩팥에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서 소변이 적게 만들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콩팥으로 가는 혈액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콩팥이 작동을 멈추는 것, 즉 급성 신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급성신부전은 혈액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위중한 질병입니다.

탈수증이 나타날 때 병원에서 생리식염수 주사를 맞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의 조치를 하면 콩팥 기능은 정상으로 되돌아옵니다. 소변 횟수도 하루 7~8회로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콩팥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식중독, 배탈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다 여행자 설사로 나타날 수도 있고, 휴가를 맞아 바닷가에서 먹는 익히지 않은 해산물 등에 의해 장염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김밥 등 흔히 먹는 음식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볍게 한두 번 정도로 지나가는 설사도 있지만, 10회 이상 설사가 이어진다면 장염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요즘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질환입니다만, 콜레라에 걸리면 하루 20~30회의 설사로 심한 탈수가 나타나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식중독, 장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심한 설사나 탈수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은 생수나 안전성이 확인된 정수기 물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끓인 물을 마시도록 합니다. 양치질할 때 머금은 물로도 여행자 설사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설사가 탈수를 유발하지는 않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