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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여름, 40대 남성 A씨의 10대 아들이 심내막염이란 병에 걸려 한 달 반쯤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심내막염은 세균에 의해 심장 안쪽의 막이 감염돼서 생기는 질환으로 비교적 가볍게 앓을 때도 있지만, 중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퇴원한 뒤에 A씨는 배가 아프고,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호소하면서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진단 결과는 요로결석이었습니다.

A씨는 “아들 간병하느라 너무 고생해서 돌이 생겼나 보네요”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질문을 해본 결과, A씨의 요로결석 원인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요로결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만, A씨의 경우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비타민C 과량 복용이고, 둘째는 짠 음식을 많이 먹는 것입니다.

그는 몸이 피곤할 때 도움이 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비타민C 보충제를 하루 3,000mg씩 먹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비타민C를 1,000mg 이상 매우 많이 먹는 방법, 이른바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는 한국 성인의 하루 비타민C 섭취권장량 100mg을 10~30배 이상 넘어설 정도로 많은 양입니다.

비타민C는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항산화, 콜라겐 합성, 면역 등에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을 하는 사람들은 비타민C는 수용성이므로 권장량보다 많이 섭취해도 소변으로 배출되므로 별문제가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비타민C는 부족하면 괴혈병 등을 일으키지만, 넘쳐도 건강 문제를 일으키진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비타민C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요로결석 발병 위험 증가입니다.

요로결석을 구성하는 성분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많은 것이 ‘옥살산칼슘’입니다. 옥살산과 칼슘이 결합된 것입니다. 또 요로결석 중에는 옥살산칼슘으로만 된 ‘단일석’ 외에 옥살산칼슘에 요산이 추가된 ‘혼합석’도 있습니다.

옥살산은 시금치, 양배추, 견과류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이들 식품은 넉넉하게 먹어도 결석이 잘 생기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비타민C를 보충제로 많이 복용할 때입니다. 많이 섭취한 비타민C가 몸 안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옥살산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이 옥살산이 칼슘과 결합해 결석의 원인 물질이 생성됩니다.

A씨는 한 달 이상 아들을 간병하느라 병원 주변 식당에서 밥을 사 먹어야 했습니다. 평소에 하루 한두 끼는 집밥을 먹었던 A씨는 세 끼 다 식당에서 먹으면서 나트륨 섭취량도 증가했습니다.

몸 안에 들어온 나트륨은 콩팥에서 걸러서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그런데 콩팥에서 나트륨을 거를 때 칼슘도 함께 걸러집니다. 그러면 소변 속 칼슘 농도가 높아집니다.

비타민C를 복용해서 생긴 옥살산과 나트륨을 거를 때 함께 걸러지는 칼슘이 결합해 옥살산칼슘이 많이 만들어집니다.

이것이 뭉친 것이 요관, 콩팥, 방광, 요도 등 요로(소변길)에 생긴 돌, 요로결석입니다.

그래서 과도한 비타민C 보충제 섭취와 짜게 먹는 식습관이 합쳐지면 요로결석 위험이 증가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요로결석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요로결석 환자는 32만1,800여 명으로 5년 전보다 13.4% 증가했습니다. 특히 전체 환자 중에서 남성이 66.6%로 3분의 2를 차지했습니다.

잦은 외식과 술자리로 나트륨과 동물성 단백질 섭취가 많은 남성 중에 건강을 챙긴다면서 비타민C까지 많이 먹는 바람에 요로결석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요로결석 예방을 위해서는 △짜게 먹지 말고, △비타민C를 고용량으로 섭취하지 말아야 하며, △동물성 단백질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혈중 요산 수치가 높다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도 넉넉하게 마셔야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에는 수분 섭취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