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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케이크, 과자, 음료 등 달콤한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일종의 ‘죄의식’에 시달린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꾸 먹다가 체중이 늘고, 생활습관병까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이런 현대인의 마음을 음료, 식품회사들이 그냥 놔두지 않습니다. 칼로리가 높은 설탕, 과당 등의 대체 물질을 개발해 식품에 첨가하는 것입니다.

‘제로 콜라’는 꽤 오래전에 나왔고, 최근에는 ‘제로 소주’가 나오는 등 식품, 주류 업체들이 이른바 ‘제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다이어트 중이거나, 체중 감량을 원하는 사람들은 “상표에 ‘제로’라는 글씨가 써진 제품을 집어 들면 심리적으로 위안이 된다”라고 말합니다.

소금-지방-설탕의 과잉 섭취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건강을 위해 이 세 가지를 줄여야 한다는 숱한 권고도 나와 있습니다.

이중 설탕은 대체 물질인 감미료 개발도 추진되었습니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개발된 사카린은 최초의 화학조미료-감미료로 꼽힙니다. 설탕의 300배 이상 단맛을 내는 사카린은 그동안 발암 의혹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요즘도 식품 가공과 조리 등에 부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카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완전하게 해소되지 않았고, 다른 감미료인 ‘비(非) 설탕 감미료(NSS: non-sugar sweeteners)’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비 설탕 감미료는 인공 감미료(아스파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등)와 천연 감미료(스테비아 등), 당 알코올(에리스리톨 등) 등으로 나눌 수도 있습니다.

비 설탕 감미료의 가장 큰 특징은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0 또는 0에 가깝다는 사실입니다. 음료, 식품업체는 살찔 걱정이 없고, 충치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2019년 비 설탕 감미료 섭취는 몸에 특별히 이롭지도, 해롭지도 않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의학저널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간의 연구가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이들 비 설탕 감미료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한 건강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에리스리톨은 제로 콜라 등에 쓰입니다. 그런데 에리스리톨이 혈액을 굳게 만들어 심혈관질환, 뇌졸중 위험을 2배 증가시킬 수 있으며, 3년 내 사망 원인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되었습니다.

또 다른 인공 감미료의 하나인 수크랄로스는 동물실험에서 면역 세포의 하나인 T세포의 활성화를 막는다는 사실이 영국 연구팀에 의해서 밝혀졌습니다.

이런 연구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얼마 전 발표한 ‘비 설탕 감미료에 대한 지침’에서 체중조절,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예방 목적으로는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체중조절 효과가 없고,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WHO는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는 ‘조건부 권고’로서 비 설탕 감미료를 사용하는 방식, 사용하는 사람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했습니다만, 비 설탕 감미료는 무해하다는 종전의 생각에 제동을 가하는 조치임은 분명합니다.

사실 설탕, 소금, 지방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우리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소금-지방-설탕을 너무 많이 먹는 게 건강을 위협하게 된 것이지요.

비 설탕 감미료들 역시 당장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WHO가 주의해서 사용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비 설탕 감미료의 신뢰도가 과학적으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사용할 땐 안전하다고 해도 장기간 섭취하면 건강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미 음료, 술 등에 비 설탕 감미료들이 쓰이고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섭취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 최선책은 탄산음료, 과자, 술(특히 소주), 커피(커피믹스) 등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입니다. 이런 가공식품보다 신선한 과일, 채소, 견과류를 더 드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