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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32
작성일자 2023-05-15
모친에게 콩팥 기증하려는 딸 이야기


60대 어머니 A씨는 콩팥의 사구체여과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진 말기신부전 환자입니다. 신장 투석을 하던가, 콩팥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만큼 건강이 나쁩니다.

함께 진료받으러 온 미혼인 30대 딸이 어머니에게 자신의 콩팥을 이식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가족 간 콩팥 이식이 총 10건이면 8~9건이 부모가 자녀에게 콩팥을 주는 경우이고, 반대로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사례는 1~2건에 그칩니다.

부모에 대한 자녀의 콩팥 기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 중에는 부모의 강한 반대도 들어 있습니다.

부모들은 혹시라도 자신에게 콩팥을 떼어준 뒤 자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이 태산입니다. 자녀가 조금만 아프기라도 하면 콩팥이 한 개밖에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어 불안해합니다. 그런 것을 염려해 자녀가 콩팥을 기증하겠다고 하면 손사래를 치시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녀가 미혼일 때는 콩팥을 기증한 뒤에 결혼 등을 할 때 지장이라도 생길까 봐 더 걱정합니다.

A씨도 딸에게 콩팥이 하나만 남으면 임신, 출산 때 딸과 아기의 건강에 나쁠까 걱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여성이 콩팥을 하나 기증하고, 하나만 남으면 임신, 출산, 수유 등에 부담이 될까요?

1954년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최초로 콩팥 이식에 성공했습니다만, 그 뒤 10년 이상 의사들도 가임기 여성의 콩팥 기증은 반대했습니다. 임신하면 한 개만 남은 콩팥에 너무 많은 부담이 가해질 것을 우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 1966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결혼해서 10개월 된 딸을 한 명 두고 있던 패티 코이라는 22세 여성이 말기신부전이던 남동생에게 콩팥을 기증했습니다. 콩팥이 하나 남은 패티에게 의사들은 아이를 더 낳지 말라고 경고했으나, 패티는 이를 무시하고 세 명의 아이를 더 낳았습니다. 4명의 자녀에 24명의 손주, 10명의 증손주를 둔 패티는 80세를 넘어 건강하게 살고 있고, 그의 콩팥을 기증받은 남동생도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패티처럼 콩팥을 기증한 뒤에 임신, 출산하는 사례가 누적됐고 연구도 많이 나온 덕에 가임기 여성 콩팥 기증의 장애물이 없어졌습니다.

1960년대 이전 의사들처럼 언뜻 생각하면 콩팥이 하나만 있으면 임신할 때 콩팥에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콩팥은 한쪽당 50%씩 두 개를 합쳐서 100%의 기능을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콩팥을 하나 기증하면 어떻게 될까요?

두 개 있던 콩팥이 한 개로 줄었으니 콩팥의 기능도 50%에 그칠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콩팥 한 개의 기능이 높아져 약 75%에 이릅니다. 75%의 기능으로도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이상이 없습니다.

콩팥이 두 개인 여성이 임신하면 콩팥 기능이 최대 150%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임신부 본인과 뱃속 아기의 혈액을 다 거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임신 중 콩팥 여과율 상승(hyperfilteration)’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150%까지 높아졌던 임신부의 콩팥 기능은 출산 후에 100%로 되돌아오므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쪽 콩팥을 기증한 뒤 콩팥 기능이 75%만 있으면 이처럼 여과율이 상승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상적인 임신, 출산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입증돼 있습니다.

콩팥을 기증한 여성이 임신하면 고혈압이나 전자간증 위험이 약간 증가한다는 일부 연구도 있으나, 일반 임신부와 차이가 없다는 연구들도 나와 있습니다. 태아의 건강도 차이가 없습니다.

임신 합병증이 소폭 증가하더라도 의학-의술의 발전으로 충분하게 산전 관리할 수 있으며 출산 후에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콩팥을 기증한 뒤 적어도 6개월 지나서 임신하라는 권고만 있을 뿐 다른 장애물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임신 출산에서 의학 연구의 중요 대상은 콩팥 기증자가 아니라, 신장 투석 중이거나 콩팥을 이식받은 여성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여성들은 임신이 되기도 쉽지 않고, 산전 관리와 출산도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석 중인 여성이나 콩팥을 이식받은 여성들의 임신, 출산 사례들도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장기 이식의 어려움은 의학-의술보다는 윤리적, 사회적 요인에 있을 때가 훨씬 더 많습니다. 장기를 기증하시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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