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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31
작성일자 2023-05-02
싱겁게 먹기 실천을 돕는 식초와 고춧가루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또는 일상의 지인들에게 “싱겁게 드시라”라고 말하면 “소금 간을 하지 않으면 음식이 맛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짜게 먹는 습관이 몸이 밴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짠맛을 감지하는 혀의 맛 세포가 소금에 길들어 있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은 소금 간이 충분히 된 음식을 먹어야 “맛이 있다”라고 느낍니다. 대표적인 소금중독 사례입니다.

소금중독의 문제점은 살아가는 데 별문제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딜 가도 짠 음식을 먹을 기회가 많고, 만약 싱겁다고 느끼면 소금을 달라고 해서 넣고 먹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소금은 값이 싼 만큼 식당이나 가정, 단체급식소 등에서 요청하기만 하면 바로 줄 정도로 흔한 조미료입니다.

그 때문에, 소금 섭취 줄이기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원시시대 인간은 단맛과 쓴맛 정도만 구별했을 것입니다. 단맛은 생존에 필요한 당분 섭취를 위해서, 그리고 쓴맛은 몸에 해로운 성분을 감지해서 뱉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을 것입니다.

쓴맛과 비슷한 계통이 짠맛, 신맛 등입니다. 실제로 소금을 듬뿍 넣어 아주 짠 음식은 ‘쓰다’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랫동안 단맛, 쓴맛, 짠맛, 신맛을 기본으로 살아오다가 20세기에 들어 감칠맛이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이런 맛의 유래를 이용해 소금 섭취를 줄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초를 음식에 넣어, 소금의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70대 B씨도 그중 한 명입니다. 그는 10년 전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았으며, 치료의 하나로 저염식을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B씨는 나물무침, 두부조림 등 웬만한 음식에 소금은 전혀 넣지 않고 식초로 간을 한다고 합니다.

김치는 배추김치는 물론 깍두기, 파김치, 총각김치, 물김치 등 모든 김치 종류는 아예 먹지 않습니다.

또 마늘장아찌 등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속에 오래 담가두어 만드는 음식들도 다 작별했다고 합니다.

식초의 신맛이 너무 단조롭다고 느낄 때는 고춧가루나 고추냉이를 쓰기도 합니다. 소금을 전혀 넣지 않은 콩나물국이나 무국이 싱겁다고 느껴질 때 고춧가루를 약간 넣습니다.

또한 제철 채소를 데치거나 삶아 먹을 때는 물에 탄 고추냉이에 찍어 먹으면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B씨는 말합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B씨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3~4g에 불과합니다.

B씨처럼 건강을 위해 소금을 멀리하는 식습관을 잘 지켜가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그 실천이 어려워 소금 섭취량을 줄이지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음식 맛에 유난히 매달리는 사람들도 싱겁게 먹기 실천에 성공하기가 힘듭니다.

소금을 넣으면 음식의 단맛은 더 달게 하고, 쓴맛은 억제해 덜 쓰게 합니다. 이런 것을 음식의 풍미를 살려준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소금은 단지 짠맛만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의 맛을 내는 과정에서 복잡 미묘하게 작용합니다.

이런 소금의 특성은 소금 섭취량을 줄이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구석기인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소금 섭취량은 1.7g(나트륨 690mg)에 불과했습니다. 아마존 밀림의 원시 부족 야노마모족의 하루 소금 섭취량은 0.25g(나트륨 100mg)에 불과합니다.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량입니다.

그런데도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소금 섭취 권고량은 이보다 훨씬 많은 5g입니다. 왜 이렇게 높게 잡았을까요?

하루 소금을 10g 이상 먹는 사람들에게 1g으로 줄이라고 하면 시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해버릴 수 있습니다. 또한 소금 섭취를 줄이기 위해 음식을 너무 적게 먹으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루 소금을 10g이상 먹는 사람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7g 정도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5g 또는 그 이하로 줄이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달성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를 고려해서 세계보건기구는 소금 섭취 권고량을 5g으로 설정했습니다. 하루 소금을 5g 이상 먹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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