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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30
작성일자 2023-04-24
“그 무엇보다 환자에게 해는 끼치지 말라”


첨단기술, 첨단의학, 첨단공법...

첨단(peak, edge)이란 말은 ‘어떤 물체의 날카로운 가장자리, 뾰족한 끝부분’이란 뜻입니다. 첨단은 ‘최고’, 또는 ‘앞서간다’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더 강조하려고 ‘최첨단’이라는 말도 씁니다.

하루가 다르게 첨단기술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니, 어느 분야에서든 첨단이란 이름이 붙으면 최고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의학-의술, 신약에서도 첨단이 항상 최고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라고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면 신약 개발 과정은 길고도 복잡합니다.

후보 물질이 선택되면 동물실험을 진행합니다. 약물이 생명체의 몸 안에 들어갔을 때 안전한지를 보는 ‘안전성’, 질병에 대한 약효가 있는지를 보는 ‘유효성’ 등 두 가지를 기본적으로 확인합니다.

동물실험을 통과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됩니다. 대개 임상 1상, 2상, 3상 등 세 번의 임상시험이 이뤄집니다.

이 과정에서는 기존 약물과의 비교, 위약(플라시보)과의 비교 등 다양한 연구들도 진행됩니다.

이 과정은 몇 년 때로는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으며, 임상시험 진행 과정에서 안전성, 유효성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신약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도 흔합니다. 비용도 무척 많이 듭니다.

이처럼 어려운 관문을 다 통과하고, 그 자료를 보건당국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신약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은 첨단기술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약물을 투약하던 사람들은 새로 나온 첨단 약물인 신약으로 바로 바꾸는 것이 좋을까요?

이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라서 한두 마디로 딱 잘라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그동안 의학 연구의 결론에 따르면 ‘한 발짝보다는 반 발짝 정도만 앞서가는 게 좋다’라는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말 중에서 ‘그 무엇보다 환자에게 해는 끼치지 말라’는 것이 있습니다. 라틴어로는 ‘Primum Non Nocere’이며, 영어로는 ‘First, Do not harm’의 의미입니다.

신약 개발의 판단 기준인 ‘안전성’과 ‘유효성’ 중에서 안전성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견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를 다 얻으면 좋겠지만, 어느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안전성의 중요도가 더 크다는 의미입니다.

‘치료해주는 것보다 해롭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신약 개발에서 동물실험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왜 이미 개발이 완료된 신약에 대해서도 이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요?

임상시험의 대상 인원은 수천~수만 명에 이릅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므로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약을 투약하는 환자는 수십만~수백만 명, 때로는 수천만~수억 명에 이르기도 합니다.

임상시험 때에 드러나지 않았던 부작용이 실제 투약에서 뒤늦게 확인되기도 합니다. 다른 약물과 혼합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고, 술-담배, 건강식품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치명적인 부작용이 확인되면 판매를 중단해야 합니다.

실제로 부정맥 위험이 있는 소화제, 뇌졸중 위험이 확인된 감기약 등 시판 후에 허가가 취소된 약물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신약을 판매한 이후 환자들에게 투약하면서 약물 유해 반응을 조사하는 ’시판 후 조사(PMS:post-marketing surveillance)‘ 또는 ’약물감시‘ 등의 절차를 밟기도 합니다.

이는 신약뿐 아니라, 의료장비, 의료용품 등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휴대용 혈당 측정기, 스마트폰과 연동된 헬스 장비 등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신약이나 의료장비 등에서는 ‘얼리 어답터’가 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전문 의약품들의 경우 시판 후 5년쯤 지나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신중론도 제시돼 있습니다.

신약이나 첨단 의술은 끊임없이 개발해야 합니다만, 그것을 치료에 활용할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첨단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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