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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29
작성일자 2023-04-17
건강에 왕도가 있을까?


“<건강 편지>를 오래 읽어오고 있는데, 소개된 의학 정보가 식상한 느낌이 들 때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더 참신한 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독자의 말씀에는 ‘건강 비법’에 대한 간절한 요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식상하다’라는 말의 뜻은 ‘어떤 음식을 자꾸 먹어 물리다’라고 돼 있습니다.

‘듣기 좋은 노래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평범한 건강법을 반복해서 강조해왔으니 물릴 만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자주 권해온 건강법은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이란 다섯 가지인데, 그 외의 특별한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종종 접합니다.

의사인 저도 국내외 뉴스에서 소개되는 건강 정보에 귀가 솔깃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뉴스의 출처가 미국이나 유럽 명문 의대의 교수이고, 연구 결과도 유명한 학술지에 실렸을 때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국내외 의학저널에는 수많은 논문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요즘 나오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라면 모르겠지만 ‘사람 의사’는 다 읽을 수 없는 분량입니다.

의사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 논문을 찾아서 읽을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직접 논문을 읽기는 어렵습니다. 논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을 찾은 기자들이 의사에게 자문해 기사로 다룬 건강 정보를 접합니다.

그렇다 보니 뉴스 내용은 아무래도 ‘자극적’이거나 ‘논쟁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건강 의학 정보는 맛에 비유하면, ‘톡 쏘거나’ ‘맵고 짜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람들의 눈을 붙잡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최근에 사람들의 눈길을 확 끌었던 건강 의학 정보의 유통 기한은 불과 며칠~몇 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국내 연구팀이 올해 초 외국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면서 논란이 됐던 ‘기준 넘는 나트륨 섭취, 사망에는 영향 없어’라는 내용은 이제는 기억하는 사람조차 거의 없어 보입니다.

만약 이 논문이 신뢰도가 높고, 학문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면 전 세계 학자들이 뜨겁게 반응했을 것이고, 후속 연구들도 나와야 하겠지만 그런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세계에서도 이런 경우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근거가 빈약한 비전문가들의 주장까지 더해진 시중의 건강 의학 정보 중에서 “믿을만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요?

<건강 편지>에서 자주 소개한 ‘다섯 가지 건강법’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가 확인된 것들입니다.

담배를 예로 들어 볼까요?

“금연하라”라고 하면 “우리 할아버지는 담배 피웠는데도 95살까지 살았다”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마치 진리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수만 명~수십 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제대로 된 연구 결과들은 ‘금연’의 이득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식단은 채소와 과일을 넉넉하게 먹을 것, 소금-지방-설탕 섭취를 줄일 것, 견과류를 하루 한 줌 먹을 것, 붉은 고기나 가공육은 멀리하고 생선, 콩, 우유와 유제품, 가금류(닭, 오리 등) 등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것 등입니다.

많은 사람이 다섯 가지 건강법이 ‘식상하고’ ‘뻔하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미국 조사에 따르면 다섯 가지를 다 실천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7%에 불과합니다. 한국인을 조사하면 아마 이보다 실천율이 더 낮을 것입니다.

다섯 가지 건강법이 너무 평범하고, 익숙해져서 매력이 없다고 느끼시는 심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은 대체로 평범하고 조금은 밋밋합니다.

‘할머니와 하버드대 교수’란 제목의 <건강 편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최고 건강법은 어릴 적 들었던 할머니의 말씀과 거의 같습니다.

비법은 없습니다. 작은 것의 꾸준한 실천이 왕도(王道)입니다.

다섯 가지를 묵묵히 실천하는 분들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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