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뉴스레터

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327
작성일자 2023-04-04
아프지 않은데 왜 병원에 가나?


<3> 치료법도 달라지고 있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하는 질문이 “어디가 아프세요?”→“어디가 불편하세요?”→“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바뀌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파서, 또는 불편해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는 앞의 두 질문이 타당하겠지만,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색한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은 있어도 아프거나 불편하지 않습니다.

만약 아프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만 병원에 가야 한다면 여러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야 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대상포진이나 요로결석 환자와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때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나이롱환자’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환자’라는 말을 최근의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적용해도 되는지조차 애매합니다.

“아프지 않은데 왜 병원에 가나?”라는 질문은 환자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바꾸어볼 수도 있습니다.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질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체중이나 비만이 있는 사람에게 ‘환자’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는 건강과 질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급변하면서 의학의 개념과 실생활의 언어 사이에 거리감이 생긴 한 사례입니다.

‘아프다’라는 말의 개념이 바뀌고 있을 뿐 아니라,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88세 여성 K씨.

진료받으러 온 그는 “소변볼 때 불편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주 증상은 ‘아프다’가 아니라, ‘불편하다’였습니다. K씨의 진단명은 방광염입니다.

항생제를 처방하면서 ‘약의 용량을 줄여야 하나?’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K씨의 건강 상태와 재발 등을 고려해 젊은 사람들과 같은 용량을 처방했습니다.

20~30년 전에는 88세 환자라면 항생제 용량을 절반 정도로 줄여서 처방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약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대학병원 전공의로 근무했던 1970년대에 한 의대 교수님이 70대 담석 환자가 고령이고, 기대여명이 그리 길지 않으므로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냈던 기억이 납니다.

수명이 크게 늘었고, 노인 환자들도 증가한 지금 그런 판단을 하면 “말도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을 겁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고령 환자의 수술, 약물치료에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때는 노인 환자가 많지 않았고, 노인 환자의 수술에 대한 의학 지식과 의술이 부족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 의학 교과서에는 70대의 콩팥 기능은 젊은 시절의 절반으로 감소한다고 나와 있었습니다.

이렇게 콩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항생제를 많이 투여하면 감염병은 낫겠지만 콩팥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보아서 항생제 용량을 절반으로 줄여 처방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 70대가 돼도 콩팥 기능이 절반으로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88세 고령임에도 K씨의 콩팥 기능은 100mL/분 수준으로 젊은 사람들 못지않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항생제를 절반만 투여하면 방광염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아 환자는 오랫동안 ‘불편’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치료법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데 왜 병원에 가나?’라는 질문에는 만성질환의 증가, 통증 치료를 보는 시각, 사람들의 건강과 영양상태, 수명 연장과 인구 고령화 등 여러 가지 변화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의학-의술의 발전, 좋은 치료 약과 치료법의 개발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개념, 질병의 예방과 치료, 수명 연장 방법, 환자와 의사의 관계 등이 많이 변했으므로 ‘아프다는 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