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싱겁게 먹기 캠페인을 펼치다 보면 다양한 질문을 받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짜게 먹어도 물을 많이 마셔서 희석하면 괜찮지 않나요?”라는 것입니다.

짜다 또는 싱겁다는 말은 혀의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는 농도가 ‘진하다’ 또는 ‘연하다’라고 나타낼 수 있습니다.

농도는 술의 도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독한 술은 알코올 농도가 진한 것이고, 약한 술은 농도가 연한 것입니다. 독한 술을 마시면 빨리, 심하게 취하고, 약한 술을 마시면 천천히, 덜 취합니다. 그 때문에 독한 술은 해롭고, 약한 술은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금 농도도 그럴까요? 아무리 짜게 먹어도 물을 많이 마셔서 농도를 낮추면 과도한 소금 섭취에 따른 해로움을 줄일 수 있을까요?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연구팀은 미국 성인 1만1,255명의 30년 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분 섭취가 노화를 늦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 결과, 혈중 나트륨 농도가 142mEq/L보다 높으면 낮을 때에 비해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될 확률이 50%, 만성질환 발병 위험은 39%, 조기 사망률은 21% 높았습니다.

이 연구를 인용한 국내외 언론 보도는 ‘혈중 나트륨 농도는 소금 섭취량뿐 아니라 마시는 물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라며 ‘적절한 수분 섭취가 노화를 늦추고 질병 없는 삶을 연장해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보면 짜게 먹어도 물만 많이 마시면 건강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이는 연구의 목적과 방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오류입니다.

생명 유지에 물과 소금은 필수요소입니다. 그래서 몸 안에 물이 부족하면 갈증을 일으켜 물을 많이 마시게 하면서 동시에 뇌(뇌하수체 후엽)에서 ADH(항이뇨호르몬)를 분비해 소변량을 줄입니다. 물을 몸 안에 붙잡아두는 셈입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물을 많이 들이켜게 하면서 소변량도 증가시킵니다. 소금과 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 혈액 속의 나트륨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지요. 이를 인체의 ‘항상성’이라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물과 소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보입니다.

항상성이 있으니 짜게 먹어도 물만 많이 마시면, 나트륨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인체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상을 맞추기까지 너무 높거나 낮은 상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소금을 많이 섭취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를 낮추기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이 물을 소변으로 내보낼 때까지는 혈액량이 증가한 상태가 됩니다. 정해진 혈관에 물이 너무 많으니 혈관이 압력을 받아 고혈압이 생깁니다.

이처럼 소금이 고혈압을 일으키는 1차 원인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금이 일으키는 폐해 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혈액 속의 과도한 나트륨은 혈관의 내피세포나 심근세포 등을 직접 공격해 망가뜨린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짜게 먹으면 고혈압이 없어도 심장혈관, 콩팥 사구체, 뇌혈관 등이 손상될 위험이 증가합니다.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연구의 매우 중요한 의미는 혈중 나트륨 농도 142mEq/L를 기준으로 이보다 높고 낮음에 따라 건강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소금물 농도로 환산하면 약 0.83%입니다. 사람의 혈액 100mL에 0.83g의 소금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의 소금 농도는 1.2%, 보통 국은 0.7~0.8%입니다. 과자나 빵과 같은 가공식품의 소금 농도는 1~1.2%가 많습니다. 이런 음식을 매일 섭취하면 혈액의 소금 농도가 높은 상태가 수시로 일어나고 그로 인해 고혈압,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의 발병 위험이 증가합니다.

소금과 물 섭취에 대한 지금까지 나온 현대 의학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소금 섭취량은 하루 5g까지 줄이도록 최대한 노력하라.

둘째 음식, 커피나 우유 등을 통해 물을 섭취하므로 하루에 물을 4~5잔쯤 마셔도 된다. 판단이 어려우면 갈증이 느껴질 때 마시면 된다.

셋째 짜게 먹으면 물을 많이 마셔도 나트륨의 폐해를 막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