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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 3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는데,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소위 ‘면역을 높여준다’라는 식품, 건강식품, 약 등을 찾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인삼에 각종 약재를 첨가한 건강식품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과거 보신탕을 먹던 시절에는 ‘개소주’라는 이름의 보신 식품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개소주는 이름과는 달리 술과는 무관하고, 개고기에 각종 약재를 넣어 달인 진액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개소주는 거의 사라졌으나, 개고기 대신 염소, 흑염소 고기 등을 넣은 염소(흑염소) 진액을 먹는 사람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염소는 축산법상 소, 말, 면양, 돼지, 사슴, 닭, 오리 등과 함께 가축으로 정의된 동물이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도축해서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염소 고기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염소 고기를 드시는 것은 괜찮습니다.

문제는 진액입니다.

염소탕이나 수육 등의 요리로 먹지 않고, 염소 고기에 각종 약재를 넣어 개소주 모양의 진액(엑기스)으로 먹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진액을 먹는 사람들도 제조 과정에서 어떤 ‘약재’가 첨가되는지 정확하게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액을 먹고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원인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60대 B씨는 만성콩팥병으로 대학병원 등에서 10여 년 전부터 치료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5년 전쯤에는 콩팥 상태가 나빠져 약물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저의 진료를 받으러 왔을 때 그의 콩팥 사구체여과율은 62mL/분으로 만성콩팥병 판단 기준(60mL 미만인 상태가 3개월 이상)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다시 받은 혈액-소변검사에서 그의 사구체여과율은 35mL/분으로 뚝 떨어져 있었습니다.

콩팥이 혈액을 거르는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은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는 있지만,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변동하는 사례는 특별한 질환, 약물 복용 등을 제외하면 극히 드뭅니다.

B씨와 대화에서 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사서 보름가량 먹었다고 합니다. 인삼 등 여러 가지 몸에 좋은 것을 많이 넣어 진액을 만들었다고 들었을 뿐 구체적으로 뭐가 들었는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의 사례는 ‘몸을 좋게 하려고 먹은 것이 몸을 나쁘게 만든 경우’에 해당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런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성분을 잘 모르는 진액 외에도 염소, 장어, 붕어, 닭발, 다슬기 등을 진액으로 복용한다고 합니다.

<건강 편지>에서도 여러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음식이나 차(茶)로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식품이나 약재라도, 진액으로 섭취하면 건강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콩팥병 등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질환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을 위해서 무언가를 더 먹기보다는 소금, 지방, 설탕 등을 덜 드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건강을 위해 드시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식사로만 드시길 바라며, 진액으로 드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진액(엑기스)은 건강에 ‘짐’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