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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수천 년 동안 당뇨병을 알고 있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요당(尿糖)이나 혈당을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당뇨병을 측정한 장비는 소변을 받아 소변 스틱을 넣어 색깔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이었습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소변에 당(糖) 성분이 섞여 배출된다는 이론을 활용한 방법이었습니다.

이 소변 스틱은 요즘도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소변 속의 당분 즉, 요당 측정만을 위해 이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소변 속의 다른 성분들까지 함께 살펴볼 때 종종 쓰입니다.

그런데 당뇨병이 꽤 심해질 때까지 소변에 당이 나오지 않습니다.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 것은 혈당 186mg/dL 이상 될 때입니다. 이 때문에 당뇨병 진단 기준인 126mg/dL부터 꽤 심한 단계인 185mg/dL까지 소변 스틱으로 검사해봐도 당뇨병 여부 또는 혈당 변화를 알 수 없습니다.

피를 뽑아서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됐습니다만, 이는 병원에서만 가능했을 뿐 집에서는 쓸 수 없었습니다.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쉽게 혈당을 측정하는 방법이 모색되었고, 그 결과 ‘자가 혈당 측정기’가 개발됐습니다.

채혈침으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지에 묻혀 혈당을 재는 방식인데, 지금도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효과적인 혈당 측정 방법이긴 하지만 하루 5~10회씩 혈당을 검사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고 채혈침을 무서워해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소아당뇨병(제1형)이 있어 수시로 혈당을 재야 하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친구들이 알까봐 화장실에서 몰래 자가 혈당 측정기를 사용하고 인슐린 펌프를 쓴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연속혈당 측정기’입니다.

작은 파스 또는 반창고 모양의 패치를 팔, 배, 엉덩이 등에 붙여두면 5분 간격으로 자동으로 혈당을 특정해 스마트폰, 또는 전용 장비의 모니터를 통해 혈당 수치를 보여줍니다.

패치에 달린 초소형 침이 피부 세포 사이 간질액의 당분을 측정하는 원리를 이용한 이 장비는 한번 붙이면 7~17일간 계속 측정해주므로 편리합니다. 운동이나 샤워도 가능하며, 바늘 공포증이 있는 사람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속으로 혈당을 측정해주므로 하루 동안 자신의 혈당 변화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강점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제1형 당뇨병 환자들만 건강보험이 적용된 비용으로 쓸 수 있어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원리를 가진 혈당 측정 장비가 개발되리란 전망도 나옵니다. 손목시계나 스마트 워치처럼 손목에 차고 있으면 피부에 레이저를 발사해 혈당을 측정해 수치로 보여주는 장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늘 또는 침을 이용하지 않으므로 이용의 거부감도 없습니다.

패치처럼 붙였다 뗄 필요도 없으며, 손목시계만 차고 있으면 별도 모니터 없이 화면에 바로 혈당을 표시하고, 스마트폰에 기록되거나 의료진에게 통보되는 기능까지 탑재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첨단 장비가 개발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관리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식후 또는 간식 후에 혈당이 너무 올라가면 인슐린 펌프나 약물로 혈당을 낮추고, 약물 복용이나 운동, 공복 등의 원인에 의해 저혈당이 발생하면 포도당 캔디나 초콜릿 등을 먹어서 혈당을 올려 주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에 의사가 일일이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환자 스스로 실천해야 합니다. 그 실천에는 첨단 장비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굳은 실천 의지에 좋은 장비로 혈당을 잘 관리하면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해 친구들만큼 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