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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당뇨병을 알게 된 지는 2000년도 넘었습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당뇨병에 대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동양에서도 소갈병(消渴病)으로 알려져 있었고, 다음(多飮) 다뇨(多尿) 등의 증상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변에 당분이 섞여 나온다는 것까지는 알았으나, 원인이 무엇인지는 몰랐습니다.

당뇨병 연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들이 20세기에 들어와서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1921년 인슐린의 발견입니다. 혈중 포도당을 인슐린이 낮추고, 간이나 근육에 저장한다는 사실로 밝혀졌으며 그에 따라 당뇨병도 ‘정복’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아직도 다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구가 거듭될수록 ‘과연 당뇨병이란 게 있는가?’라는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은 콩팥 이식 수술 과정에서 보고되었습니다.

1954년 세계 최초로 미국 하버드의대에서 콩팥 이식 수술이 성공한 뒤 50~60년대에 콩팥 이식 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당뇨병이 있다가 사망한 사람의 콩팥을 신장 투석 중인 사람에게 이식했습니다. 수술이 잘 됐으나 얼마 안 가 이식받은 콩팥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습니다. 이식받은 사람은 당뇨병이 없었는데도 당뇨병에 의한 콩팥 손상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공여자는 평소 단백뇨는 약간 있었으나 심각한 콩팥 이상은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뇨병성 콩팥 손상이 꽤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콩팥과 췌장을 동시에 이식했더니 콩팥이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는 사례도 보고되었습니다.

현대 의학은 콩팥 이식 수술 사례들을 통해 당뇨병이 콩팥 손상이란 중대한 합병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당뇨병이 있건 없건 혈당을 잘 조절하면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중요한 팩트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당뇨병의 실체를 찾는 데에 집착하지 말고, 혈당을 잡는 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가 도출되었습니다.

당뇨병 합병증은 다른 말로는 ‘혈관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왜 혈관이 못쓰게 될까요?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당분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에너지의 원천이 됩니다. 밥과 빵, 국수, 과일을 먹을 때 그 안에 든 포도당이 해롭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혈액 속 적절한 양의 포도당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혈액 속에서 지나치게 많은 포도당은 일종의 ‘독약’입니다. 그래서 당뇨병을 ‘가시 달린 구슬이 혈관을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당뇨병 진단법 중에 당화혈색소(HbA1c) 검사가 있습니다. 혈당이 혈액 속의 A1c 혈색소를 얼마나 당화시켰는가를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과도한 포도당에 의해 당화(糖化)된 단백질은 망가져 제기능을 못합니다. 포도당은 혈관 내피세포의 단백질도 망가뜨려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등 혈관 질환을 초래합니다.

당뇨병에 의한 혈관 손상은 콩팥, 눈, 발뿐 아니라 심장혈관, 뇌혈관 등 인체의 모든 혈관에서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주 사망 원인이 심혈관 질환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콩팥과 눈의 망막도 정기적으로 진료받아야 합니다.

특히 콜레스테롤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당뇨병 환자의 사망 원인 1위인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