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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H양이 진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51kg이던 체중이 41kg까지 빠져서 위장병이 생긴 줄 알고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더니 제1형 당뇨병에 급성 콩팥 손상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검사를 종합해본 결과, H양은 제1형 당뇨병이 나타난 뒤 급속히 악화했고 당뇨합병증인 콩팥 손상까지 불과 1년 반 만에 발생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성인들에게 제2형 당뇨병이 생긴 뒤 대개 7~10년 이상 흘러야 나타나는 증상들이 짧은 시간 안에 급속도로 진행된 것입니다.

혈당 조절에 필수적인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는 기능이 사실상 ‘0’으로 떨어져 있었고, 당화혈색소는 13%(정상 5.6% 이하)나 됐습니다.

콩팥 기능(사구체여과율)은 178mL/분까지 상승해 있었습니다. 20대의 콩팥 기능은 100~110mL/분 정도가 정상입니다.

여성들이 임신했을 때 사구체여과율이 150mL/분 정도로 높아지기도 하지만 그 외에는 이렇게 높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콩팥에 심한 ‘과부하’가 걸려 있다는 뜻입니다. 제1형 당뇨병에 의한 심한 고혈당에 혈액의 양도 늘어난 탓에 콩팥이 엄청나게 많은 양의 혈액을 거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콩팥의 크기도 정상 콩팥보다 1.7배 이상 커져 있었습니다. 또한 단백뇨는 정상(155mg/dL)의 두 배를 넘는 390mg/dL였습니다.

혈압도 평소(107/71mmHg)보다 높은 127/92mmHg였고, 동맥경화증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고지혈증에 지방간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H양에게는 1930년대 이후 지금까지 나온 당뇨병과 당뇨병 합병증 연구의 이론들이 거의 다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얼마 안 가 혈액 투석을 해야 할 정도로 콩팥이 망가질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당뇨망막증이나 당뇨발과 같은 다른 당뇨병 합병증은 물론 심혈관 질환도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H양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혈당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진료받던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의사와 논의해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혈당을 모니터하도록 했습니다. 1~2주 간격으로 자주 병원에 오라고 했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콩팥 등의 장기를 세밀하게 관찰하였습니다.

인슐린 펌프 착용 이후 혈당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13%나 되던 당화혈색소 수치는 점차 낮아져 6.5%까지 내려와 지금은 6.4~6.5%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치료 목표 당화혈색소는 6.5%입니다.

40kg 초반에 머물던 체중은 치료를 시작한 지 10개월쯤 지나면서 조금씩 늘기 시작해 62kg에 이르렀습니다. 체중증가는 인슐린 펌프에 의해 공급된 인슐린이 혈액 속 당분을 근육에 저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다리에 신경염, 신경통증,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병성 신경병증인가 싶어 긴장도 했습니다.

다행히 혈당이 안정되면서부터 환자에게 발생했던 여러 가지 증상이 하나둘씩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비정상적으로 커졌던 콩팥의 크기는 최근에는 거의 정상 수준으로 줄었고, 사구체여과율도 120mL/분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H양은 초단기간에 당뇨병이 발생해 중증으로 악화했고, 곧바로 당뇨병 합병증들이 줄줄이 발생한 사례입니다.

하지만 인슐린 펌프와 팔에 붙이는 혈당 측정기 등을 잘 활용해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는 데 성공했고, 그 덕분에 당뇨병 합병증들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건강 편지> 초창기에 보내드렸던 ‘당뇨병 치료의 허상과 실상’이란 글에서 “혈당을 잘 조절하면 당뇨병이란 게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1형 또는 제2형이든 당뇨병 진단을 받고 무척 걱정 또는 낙담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평생 당뇨병을 지니고 살아야 하고, 무서운 합병증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H양의 사례에서 보듯이 당뇨병을 걱정할 필요 없이 주사, 약물, 운동, 식사요법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혈당을 조절하면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 치료할 수 있다는 말씀을 거듭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