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송년 모임이 많을 때입니다. 이런 자리에서 친구, 동창, 지인들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건강, 질병 쪽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누구는 고혈압과 당뇨병 약을 먹고 있고, 어떤 이는 탈모나 배뇨장애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이처럼 건강 고민이 많은 탓인지, 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하루에 한 개도 먹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전문약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복용하고,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사 먹는 일반 약도 소화제, 두통약, 해열제 등의 사용 목표가 비교적 선명하므로 선택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건강보조식품, 식품, 운동, 체중조절 등 건강 활동 전체로 확대하면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일이 간단하지 않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도 필요하며, 때때로 전쟁을 지휘하는 장군들처럼 ‘전술 전략’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려움은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학병원 인턴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측정할 때 첫 번째 135/90mmHg, 두 번째 125/85mmHg가 나오면 차트에는 두 번째 수치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자에게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정확하다고 믿는 숫자로 표현된 혈압도 측정 과정부터 ‘오차’ 또는 ‘편견’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종종 숫자의 함정에 빠집니다.

60대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이 20% 늘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인구 고령화로 60대 이상 운전자가 5만 명에서 6만 명으로 20% 늘었다면 사고율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람이 늘면 당연히 사고의 비율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60세 이상 운전자는 30~40대 운전자와 비교할 때 대체로 주행거리가 짧습니다. 따라서 60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을 분석하려면 여러 가지 숫자와 변수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숫자는 다 객관적이라고 받아들이거나 완벽하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심지어 숫자에 기반한 예측은 더 어렵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측 과정에서 한국팀은 포르투갈이나 우루과이보다 숫자상 승률이 낮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한국은 승률이 더 높았던 나라를 이기거나,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데이터를 종합한 수치 분석도 경기 예측의 정확성을 보장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표현도 쓰입니다.

그럼에도 정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많은 과학, 의학 연구와 예측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담배는 건강을 해친다”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증명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흡연자이셨던 우리 외할아버지는 90세까지 사셨다”라고 반론을 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외할아버지의 사례가 주장의 ‘근거’인 셈이죠.

“삼촌이 좋다고 하더라” “친구가 먹고 효과를 봤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는 식품, 건강식품의 사례들도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접한 ‘사례’가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한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과학-의학 연구도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외할아버지나 삼촌의 사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밀한 절차와 검증 작업을 거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모든 사람이 과학, 의학 연구 방법을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분야에서 ‘전략적 사고와 실천’ 경험을 쌓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장에서 옷 장사를 사람은 최신 패션 유행 정보를 수집하고, 경제 동향을 분석해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은 장기 기상 예보와 다년간의 농사 경험을 바탕으로 배추를 재배해 김치 제조회사에 밭뙈기로 판매하기도 합니다.

옷 장사와 농민의 행동은 데이터와 경험을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이익을 극대화한 사례입니다.

이런 전략적 사고와 실천을 건강관리나 질병 치료에 적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몸무게가 늘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리는 것이 전략적 사고와 실천 사례입니다.

그런데도 야식을 즐기고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다이어트 효과가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건강식품에 솔깃해하는 ‘비전략적인’ 사람들은 여전히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