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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대국 치닫는 韓, 2030년 日 넘어선다’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

최근 국내 언론들이 인구 고령화를 다룬 기사를 보면 이미 제목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우리나라가 출생아는 줄고, 수명이 늘면서 ‘노인 대국’이 될 것이란 예측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노인 대국 이야기를 또 되풀이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분석-전망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으며, 구체적인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강 편지>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만, 여러분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202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성 86.3세, 남성 80.3세로 세계 최장수국인 일본인(2021년)의 평균수명 여성 88세, 남성 82세와 비교할 때 2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 차이는 점점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의 평균수명 차이보다 더 의미 있는 수치가 있습니다.

바로 건강 수명입니다.

일본의 건강 수명은 여성이 75세, 남성은 72세입니다. 일생 중에 일본 여성은 약 13년, 남성은 10년쯤 몸이 아픈 기간(유병 기간)을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의 건강 수명은 여성 67.2세, 남성 65.6세에 불과합니다. 한국 여성은 19.3년, 남성은 14.9년을 아픈 상태로 산다는 뜻입니다.

평균수명은 한국인이 짧은 데도 유병 기간은 한국 여성은 일본 여성보다 6.3년, 한국 남성은 일본 남성보다 4.9년이 더 길다는 것으로 한국인이 그만큼 오래 앓는다는 뜻입니다.

이미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많은 나라가 건강 수명 연장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건강 수명은 일생 중에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기간을 뜻하므로 개인의 문제로 보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문제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도 먹어야 합니다. 그나마 이는 걷고 차를 타는 등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쇠약해져 휠체어를 타야 하면 병원에 갈 때 보호자가 동행해야 합니다. 보호자는 가족이나 친척, 또는 사회복지 담당자 등 ‘돌보는 사람’입니다.

이보다 상태가 악화해 집이나 요양시설에 입원하면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의 돌봄이 필수적인 상태가 됩니다.

가족, 친척이든, 사회복지 담당자든 요양보호사이든 몸이 아픈 사람을 돌보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모두가 비용입니다.

타인(가족 포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이 비용은 엄청난 규모로 불어납니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가족의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 10만 명에 달했음에도 여전히 간병 인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간병 로봇 개발도 모색 중입니다.

이처럼 유병(有病)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정, 사회, 국가의 문제가 된다는 사실이 선진국에서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인구 고령화 논의가 나올 때마다 노인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 또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사회복지 제도를 확충, 개선하고 정부 예산도 투입해 노인의 의료, 연금 혜택을 늘려나가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가 나서려고 해도 천문학적 비용을 무한정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의 빚은 후세대가 갚아야 합니다. 큰 빚을 떠안아야 하는 후세대는 결혼, 출산을 피하면서 저출산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장수(長壽)’보다 ‘건강 장수’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준비 안 된 장수는 비극이 될 수 있음도 종종 목격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익숙하실 것입니다만, 금연과 절주, 적정 체중 유지, 운동, 싱겁게 먹기 등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게 아니라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실천 방법입니다.

현대인의 수명 연장은 상하수도 보급, 의학-의술과 제약산업의 발전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 없이 사회가 나라가 나의 ‘건강 수명’까지 늘려주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