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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이라는 의미로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는 음식의 특징이 무엇일까요?

음식의 종류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그런 음식의 특징은 ‘가공 단계가 높다’라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동물이나 식물을 채취해 날것 그대로 먹으면, 가공 단계가 아주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이나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날로 먹거나, 수확한 벼를 탈곡만 해서 껍질 채 먹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먹는 음식은 별로 없습니다.

벼의 경우 사람이 먹기 위해서는 껍질을 벗겨야 합니다. 겉껍질만 살짝 벗긴 쌀이 현미입니다.

현미는 벼 중량의 약 80%입니다. 현미를 그대로 먹으면 밥맛이 거칠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도정 과정에서 쌀 껍질을 더 제거합니다.

일반적으로 ‘백미’라고 부르는 흰쌀은 현미의 껍질(미강층)을 더 제거한 것입니다. 백미는 현미보다 무게가 약 10% 가볍습니다.

이처럼 벼→현미→백미로 바뀌는 것을 ‘가공 단계가 높아진다’라고 말합니다. 쌀도 가공 단계가 높을수록 맛있게 느껴집니다. 백미로 만든 밥보다 백미를 쌀가루로 만들어 떡을 만들거나, 쌀 케이크를 만들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요리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가공 단계를 높이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공이 가정의 주방에서 이뤄지지 않고, 요즘은 공장에서 대규모로 이뤄집니다. 현대인들이 즐겨 먹는 많은 패스트 푸드, 가공식품들의 ‘산지(産地)’가 바로 이들 식품 공장입니다.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식품 업체들은 가공 단계를 점점 더 높여, 요즘은 ‘초가공 식품(ultra-processed food)’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식품들이 입에서 살살 녹기만 하면 좋을 텐데, 건강까지 녹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초가공 식품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추가하지 않는 재료들인 유화제, 트랜스 지방, 착색제, 감미료, 방부제 등의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으며 대부분 당분, 염분, 지방 함량이 높고 단백질과 섬유질 함량이 낮습니다.

제과점 빵, 냉동 피자, 포장 수프, 소스, 핫도그, 소시지, 프렌치 프라이, 탄산음료, 과자, 케이크, 도넛, 아이스크림 등입니다.

미국 터프츠 대학 연구팀은 20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2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3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 초가공 식품을 자주 섭취하는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대장암 발생률이 2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소시지, 햄, 베이컨 등 육류와 닭고기, 즉석 생선 식품, 가당 음료의 과다 섭취가 대장암 위험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건강 편지>에서 육류보다 생선을 섭취하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통조림처럼 가공 단계가 높은 생선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여성들은 초가공 식품 섭취와 대장암과 관계가 없었는데, 여성들이 즐겨 먹는 유제품이 여성들이 먹는 초가공 식품의 해로운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해석했습니다.

초가공 식품은 단지 가공 단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첨가물을 더합니다. 대표적인 첨가물이 육류 가공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질산염과 아질산염 등입니다. 이런 물질들이 유통-보관되는 과정 또는 열을 가하는 등 요리할 때 발암 성분으로 바뀌기도 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

대부분의 가공 식품 또는 초가공 식품들은 먹고 난 뒤 혈당도 급상승합니다.

이런 음식을 자주 먹으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인슐린 저항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당뇨병, 고혈압, 복부비만, 고지혈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가공식품 또는 초가공 식품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아예 멀리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부득이 먹어야 할 경우라면 맛만 보는 정도에서 그쳐야 합니다. 고구마는 드셔도 좋지만, 달콤한 고구마 케이크는 딱 한 입만 드시라는 뜻입니다.

혹시 가공 또는 초가공 식품을 배불리 드셨나요?

당신의 몸 안에서 건강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