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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한국인의 생활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좌식 습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 방바닥에 앉아서 먹는 구조였던 식당들은 테이블과 의자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온돌방에 이불과 요를 깔고 생활하는 사람의 숫자가 대폭 줄어든 대신 침대, 소파, 식탁 등을 사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좌식(坐式)을 입식(立式)이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생활 습관 변화 덕분에 무릎 관절 질환이 줄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청소년들의 키가 커지는 데 일조했다는 그럴듯한 분석도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 연구가 더 필요하겠습니다만, 양반 자세로 바닥에 앉을 때보다 테이블 이용이 관절과 근육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처럼 입식 위주로 생활문화가 바뀌었음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는 시간은 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국민건강통계를 인용해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20년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하루 8.6시간으로 2014년(7.5시간)보다 14.7% 늘었습니다. 한국인의 신체활동 시간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신체활동 충족 비율은 54.4%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신체활동의 판단 기준은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운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입니다.

연구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이 가장 긴 나이가 20대(9.7시간)였고, 가장 짧은 나이는 60대(7.9시간)였다는 사실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건강을 챙겨야 하고, 아직 젊은 20대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건강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있다고는 해도, 걱정되는 현상인 것은 분명합니다. 젊은 세대가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20~30대의 비만 인구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강 편지>에서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나쁘다는 말씀을 종종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최근에도 이에 대한 연구가 나왔습니다.

미국 UC 샌디에이고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신체활동 증가는 사망 위험 감소로 나타났습니다. 신체활동은 가벼운 것이든, 격렬한 것이든 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망 위험도 덩달아 증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장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건 아니건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장수 유전자보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지가 수명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건강에 나쁘다”라고 말씀드리면 “오래 앉아 있더라도 운동을 많이 하니까 괜찮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꾸준한 운동이 오래 앉아 있는 것의 손해를 줄여줄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즉 일주일에 7시간 운동을 해도 한 번에 7시간 앉아 있을 때 발생하는 몸의 손해를 다 해소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사망률도 높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연구는 수도 없이 나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치매와 당뇨병, 비만, 골다공증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특히 신경 써야 할 것이 ‘심부정맥혈전증’입니다. 장시간 비행기 여행할 때 나타난다고 해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다 보니 일상과는 무관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장시간 운전, 한 자리에 오래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할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은 다리 깊숙한 곳을 지나가는 하지 정맥에 혈전(피떡)이 생겨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그중에서 혈전이 폐동맥을 막는 것을 폐동맥색전증이라고 합니다. 하루~이틀 한 곳에 앉아 컴퓨터 게임을 하다 숨진 사람들의 사망 원인이 이 질환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운전, 근무, 컴퓨터 게임 등을 위해 앉아 있을 때는 한 번에 최대 2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좀 오래 앉았다 싶으면 일어나서 1~2분 이상 걷기를 권고합니다.

10~20대 자녀들이 공부할 때도 책상에 앉는 시간을 한 번에 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부모님께서 조절해주시는 게 좋습니다. 방바닥이든 의자이든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공부 잘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오래 앉아 있는 것은 담배만큼 건강에 해롭다”라는 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