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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집에서 잠을 자다가 숨진 70대 후반 A씨.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증이었습니다. 전날 저녁까지 가족들과 식사를 했고, 잠들기 전까지 대화도 나누었다고 합니다.

A씨는 식구들에게 “소화가 잘 안 되고, 등 가운데가 좀 화끈거리는 것같다”라고 했을 뿐,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A씨와 같은 경우는 심근경색증에서 종종 나타납니다.

심장에 있는 혈관(관상동맥)이 막혀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을 허혈(虛血)입니다. 대표적 허혈성 심혈관 질환이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입니다. 심장이 뛰는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심장근육이 부분적으로 죽는 것(괴사)이 심근경색증입니다.

심근경색증은 갑자기 발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대부분 오랫동안 서서히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면서 생깁니다.

그럼 심근경색증이 생길지를 미리 알 방법은 없을까요? 인터넷에서 심근경색증을 찾아보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흉통)’ ‘코끼리가 가슴을 밟는 느낌’ ‘구토나 구역질’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있다고 언급돼 있습니다.

하지만 심근경색증을 겪은 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습니다. 증상을 겪은 사람 중에서도 가슴 통증이 아니라 ‘체한 느낌이었다’ ‘역류성식도염처럼 느껴졌다’라고 하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더욱이 위장 기능 약화로 만성적인 소화불량을 겪는 노인들은 심혈관 이상과 소화불량을 꼬집어서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심장에 이상을 호소하면서 심장내과(순환기내과)에서 진료를 받는 사람 중에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는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건강검진 때 심전도검사를 하니까 심근경색증을 조기 진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지만, 이는 쉽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A씨도 작년 건강검진 때 심전도검사를 받았지만, ‘이상 없음’으로 나와 심장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유족이 말했습니다.

심전도보다 효과적인 검사법으로는 ‘운동부하 검사(운동부하 심전도검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장비와 인력 운용의 부담이 커서 큰 병원 외에는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드물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심장 CT로도 심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만, 조영제의 부작용과 검사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조기 발견 목적으로는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확실한 방법은 허벅지, 손목 등의 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심장 혈관까지 넣고, 혈관 조영제를 주사한 뒤 X선으로 관상동맥을 살펴보는 ‘심장 혈관 조영술’입니다. 조영술을 하면서 막힌 부분은 풍선으로 뚫거나, 스텐트를 넣기도 합니다.

다만 이는 심근경색증 또는 협심증 환자의 치료법이므로, 아무 증상 없는 사람의 심장 혈관이 막혔는지를 알아보는 선별 검사법으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의학과 의술, 장비들이 고도로 발달했는데도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혔는지, 막혔다면 얼마나 막혔는지, 언제쯤 막힌 혈관을 뚫거나 확장해야 하는지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정확하게 찾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더욱이 전조 증상이 없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심근경색증은 발생하면 이미 손쓸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첫 번째 증상이 사망’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미리 발견해서 막힌 혈관을 뚫거나 스텐트만 넣으면 오래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현실적인 대안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첫째 허혈성 심장질환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콩팥병, 흡연, 비만, 스트레스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심혈관 위험 발생을 예방-관리해야 하며, 만약 만성질환을 오래 앓았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운동부하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둘째 암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도 허혈성 심장질환입니다. 암을 극복하신 분들도 심혈관을 체크해야 합니다.

셋째 금연, 운동, 적정 체중 유지, 싱겁게 먹기를 꼭 실천해야 합니다. 심혈관 이상 여부를 미리 알기가 힘든 만큼, 심혈관 건강 증진법 실천이 최선의 예방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고령자는 더 열심히 실천해야 합니다.

넷째 하루 1~2잔의 술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습니다만, 그보다 많이 마시면 심혈관 질환과 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합니다. 절주할 자신이 없다면 술은 마시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