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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보충제를 하나도 먹지 않는 분이 혹시 계신가요? 꼬박꼬박 챙겨 드시는 분들이 많을 테고, 그렇지 않더라도 가끔 드시곤 할 것입니다.

비타민 보충제는 비타민C, 비타민B, 비타민D, 비타민E 등도 다양하며 종합 비타민제도 여러 종 나와 있습니다.

왜 비타민 보충제를 먹느냐고 물으면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20년 국민건강통계의 영양소 섭취 비율을 보면 비타민A는 59.1%, 비타민B₃(나이아신)은 88.7%, 비타민C는 70.8% 등으로 권고량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다른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60~70%는 비타민D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든 비타민이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비타민B₁(티아민)은 116%, 비타민B₂(리보플라빈)는 136.1%로 오히려 기준보다 더 먹고 있습니다.

아무튼 부족한 비타민을 채운다는 것은 1차 목표일 뿐 최종 목표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피부 미용이나 감기, 만성피로 예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 예방이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비타민C 고용량 요법’이 전파되면서 비타민 보충제가 암 예방과 치료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비타민 보충제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의학저널에도 ‘효과가 있다’라는 논문이 발표됐다가 얼마 뒤에는 ‘효과가 없다’라는 논문도 발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질병 예방 특별위원회(USPSTF)는 ‘비타민 보충제는 암이나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1984년 의사와 과학자 등으로 설립된 USPSTF는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비 등 예산을 지원받으며, 독립성과 신뢰도가 높은 기관으로 꼽힙니다.

특별위원회는 ‘건강한 성인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는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지 말라’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로 ‘베타카로틴 과잉 섭취 시에 근육과 뼈의 통증, 메스꺼움, 탈모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별위원회는 또 ‘흡연자가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먹으면 폐암과 심혈관 위험이 증가한다’라며 ‘비타민E 보충제나 종합 비타민이 암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준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어린이와 임신부, 만성질환자, 입원 환자, 영양 결핍 환자는 이 권고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특별위원회는 말했습니다.

특별위원회는 84개의 연구를 분석한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특별한 지름길은 없으며,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특별위원회의 이번 발표는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비타민은 ‘보충제’로 먹지 말고,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방식으로 섭취하라는 것입니다. 비타민을 보충제 형태로 먹는 것은 기대한 만큼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으며, 오히려 적지 않은 부작용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입니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필수 영양소인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과일이나 채소로 먹는 비타민은 몸 안에서 제 역할을 하지만, 보충제 형태로 몸에 들어간 비타민은 소비자의 생각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타민, 미네랄, 파이토케미컬 등의 영양소들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과일이나 채소를 먹지 않아도 보충제 또는 약 한 알만 먹어도 영양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기대됐고, 수많은 보충제와 약 등이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과일이나 채소로 섭취하는 비타민, 미네랄은 분명히 건강 증진 효과가 있는데, 왜 보충제로 먹을 때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거의 없는지는 아직도 미해결로 남아 있습니다.

둘째 ‘건강식품의 유일한 부작용은 주머니가 얇아지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었습니다.

건강식품이 뛰어난 효과는 없더라도 큰 부작용은 없으므로 비용 부담만 적다면 먹어도 좋다는 주장을 반영한 농담입니다.

하지만 베타카로틴 보충제 과다 섭취는 흡연자들의 폐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보충제들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하나둘 밝혀지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한 알’은 없습니다.

아무리 값비싼 비타민 보충제나 종합 비타민도 당근, 오이, 토마토, 귤, 오렌지, 사과, 배를 대신할 수 없지요. ‘인간의 기술’은 아직 ‘자연의 지혜’에 이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