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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COVID-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뒤 진료하는 환자 숫자가 약 20% 줄었습니다’라는 내용의 <건강 편지>를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정기 진료를 빠트리는 사람이 5명 중 1명이나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이러스가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듯이, 혈압과 혈당도 우리 사정을 봐주지 않을 것이라 걱정이라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이런 우려가 빗나갔으면 좋았겠습니다만,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 자료는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미국의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미 나타나고 있거나, 닥칠 것으로 우려됩니다.

미국의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입니다.

2019년 미국인 사망 원인 중 심혈관 질환의 비율은 15%였으나, 2020년에는 21%로 6% 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의 응급 대응에 치중하느라 만성질환 정기 진료나 건강검진이 소홀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미국 성인의 2/3는 지난 2년 반 동안 치과에 가지 않았다고도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감염 위험 때문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비용 부담 때문에 치과 진료를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울증이 크게 늘었으며, 고교생의 1/3이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합니다. 심지어 성병까지 급증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반 동안 세계 감염자는 5억9,000여만 명, 사망자는 634만여 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만, 여기에는 만성질환 발생 또는 악화에 의한 사망자 증가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가를 나타내는 수치를 ‘초과 사망’이라고 합니다.

통계청의 ‘코로나 시기 사망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4월 3일~30일) 사망자는 3만3,025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3,362명)보다 41.4% 늘었습니다.

이 기간 코로나19 사망자 5,865명을 뺀 3,798명이 만성질환 악화, 응급실 이용의 어려움 등으로 초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초과 사망자는 코로나 사망자의 64.8%나 될 정도로 많았습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초과 사망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의료시스템 확충 등 구조적인 해결책을 찾아야겠습니다만, 개인의 실천 노력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만성질환이 있는 분들은 정기 진료, 약 복용, 운동, 적정 체중 유지 등에 애써야 함은 물론이고, 먹는 것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 나온 두 개의 연구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이 3,93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육류나 가공육(베이컨, 소시지, 햄 등)을 매일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22% 높았습니다.

육류나 가공육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생기는 대사물질(TMAO)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육류, 가공육과 달리 생선, 가금류(닭고기 등), 계란 등은 심혈관 질환 위험과 무관했습니다.

영국 뉴캐슬대 연구팀은 ‘저항성 전분’이 풍부한 덜 익은 바나나, 현미, 귀리, 콩, 식힌 감자 등을 먹으면 식도암, 위암, 담도암, 췌장암 등 유전성 암의 발생률이 6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저항성 전분은 위나 소장에서는 소화가 되지 않고, 대장에서 소화되는 녹말입니다. 연구팀은 저항성 전분이 장내 미생물이 담즙산 대사 기전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 연구 이전에도 육류 과다 섭취가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것, 통곡물이나 채소-과일의 섬유소와 전분 등의 효과를 다룬 연구가 많이 나와 있으며, <건강 편지>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경각심을 가지고 있으나,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만성질환의 치료와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접종,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의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합니다만, 붉은 고기 또는 가공육을 너무 많이 먹지 않고, 통곡물과 채소-과일 섭취를 늘리는 등의 노력도 함께 해야 합니다.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혈관 질환입니다. 건강 장수하려면 바이러스 질환뿐 아니라, 암과 심혈관 질환도 예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