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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92
작성일자 2022-08-02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 10년, 우리는 싱겁게 먹게 됐을까?


<4>소금에 대해 솔직해져야 할 때


과도한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럴듯한(?) 근거를 들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트륨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다.”

“저나트륨혈증은 위험하다고 하더라.”

이들은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된 주장들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합니다. ‘저염식 하면 절대 안 되는 사람 있다’라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거봐라, 싱겁게 먹으면 안 되고 건강을 위해서는 소금을 챙겨 먹어야 한다’라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사실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한데 점점 근거가 없거나 미약한 주장으로 비화하다가 결국 잘못된 결론에 이르는 사례들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나트륨이 인체에 꼭 필요한 미네랄이라는 말은 분명히 맞습니다. 그런데 이 말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얼마나’가 있어야 합니다.

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집니다. 이 말은 100% 맞는 말입니다만, 엄밀하게 하려면 ‘얼마나’가 들어가야 합니다.

하루 필요한 물은 약 2L인데, 만약 하루 20L씩 마신다면 특수한 질병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렇게 많은 물을 마시기도 어렵거니와 만약 이처럼 엄청난 물을 마시면 건강을 해칩니다. 몸에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毒)이 되는 것이지요.

‘저나트륨혈증’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나트륨혈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면 심각한 증상이 생기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생각은 국내 언론에 소개된 ‘저염식 하면 절대 안 되는 사람 있다’라는 기사를 접하면 더 굳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사는 캐나다 한 대학 연구팀의 논문을 인용해 2만8,880명의 심장병 환자를 7년간 추적 관찰했더니 하루 소금 섭취량 8g 이상인 그룹의 사망률이 1위, 2g 미만은 2위였으며, 4~6g 섭취하는 사람의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만 보면 저염식의 사망률이 꽤 높아 보입니다.

앞선 <건강 편지>에서 서울K내과 환자들의 소금 섭취량을 8년째 매일 통계를 내고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분들은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의 만성 질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중에서 하루 소금 섭취량이 2g 미만인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이처럼 희박한 사례를 근거로 ‘저염식이 위험하다’라는 주장을 펴는 것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오히려 8g 이상 먹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1위라는 점,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캐나다 연구의 높은 기준(8g)보다 43.7%이나 많은 11.5g 이상인 사실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나트륨이 꼭 필요하다’라는 사실과 ‘나트륨을 적게 먹으면 위험하다’라는 주장을 접한 사람들은 “짜게 먹는 게 더 좋아”라는 그릇된 신념을 갖게 됩니다.

즉 과학적 사실에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 합쳐져 짜게 먹는 식습관을 합리화해주는 것입니다.

한 가지 변수가 또 있습니다.

나트륨과 건강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에게는 숨어 있는 진짜 속마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맛을 위해 소금을 포기할 수 없어”라는 것입니다.

‘필수 미네랄’이라든가, ‘저나트륨혈증’ 등은 핑계일 뿐 솔직한 마음은 ‘맛’ 때문에 소금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그럼 짜게 먹는 이유가 짠맛을 좋아하기 때문일까요?

소금은 짠맛 외에 단맛은 더 달게 해주고, 쓴맛은 줄여주는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소금은 음식의 풍미(風味)를 높여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수박에 소금을 쳐서 먹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소금이 단맛을 높여준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소금 섭취를 줄이려면 맛을 일부 양보해야 합니다.

식당이나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 영양사의 말을 들어보면 건강을 위해 소금을 조금만 줄이면 손님이나 이용객들 사이에 “음식 맛이 없어졌다”라는 불평이 나온다고 합니다.

혀는 그만큼 맛에 예민합니다.

이를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은 채, ‘소금을 적게 먹으면 저나트륨혈증에 걸린다더라’라는 말로 짜게 먹는 잘못된 식습관을 스스로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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