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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성권 박사의 건강편지 - 289
작성일자 2022-07-11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 10년, 우리는 싱겁게 먹게 됐을까?


<1>설득과 교육의 효과 환자들이 증명


(사)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이하 싱실연)는 10년 전인 2012년 8월,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소금 과다 섭취가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던 시절, 작은 씨앗을 심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싱겁게 먹기의 중요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었고,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소금 섭취 줄이기 사업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 변화는 더딥니다. 걸림돌도 여전합니다. ‘단짠’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었듯이 싱겁게 먹기를 실천하려던 사람들도 짜게 먹던 습관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간편 조리식, 배달 음식 등의 수요가 늘면서 감소세를 보이던 소금 섭취량 추이가 증가세로 돌아서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싱겁게 먹기를 실천하게 되었을까요? 싱겁게 먹기의 중요성은 아는 단계에는 이르렀으나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을까요? 지난 10년의 경험과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합니다.


<건강 편지> 애독자 여러분 중에 “건강을 위해 싱겁게 먹어라”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싱겁게 먹으라는 말을 통한 설득, 교육이 효과가 있을까요?

저는 2014년 2월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은퇴하고, 서울 혜화동의 동네의원 서울K내과 진료를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4년 9월부터 매일 소변검사를 한 서울K내과 환자들의 소금 섭취량을 분석해오고 있습니다. 만성콩팥병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고,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등 대사질환이 있는 분들이라 환자의 대부분이 소변검사를 받습니다.

서울K내과 초창기 환자들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9.8g 수준이었습니다. 이 당시 환자는 제가 서울대병원에서 진료할 때 인연이 맺어져 개원 후에도 계속 진료받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소금 섭취량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소금 섭취량을 분석하기 시작한 지 1년 2개월쯤 뒤인 2015년 11월 환자들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0.5g으로 늘었습니다.

저의 진료를 처음 받으러 오신 환자들이 증가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이분들 중에는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싱겁게 먹기를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는 기본 사실조차 잘 모르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환자 교육과 설득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진료할 때마다 싱겁게 먹기를 더 강조하고 필요할 때는 잔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환자의 평균 소금 섭취량은 점점 줄었고, 약 10개월 만인 2016년 9월에는 8.9g으로 1.6g이나 감소했습니다. 다만 이 감소세가 더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간 늘어서 9g대 수준을 쭉 유지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 이상 지속된 2021년 3월에는 9.43g으로 높아지기도 했으나 그 후 9.2~9.3g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5년 이후 7년 동안에 환자의 소금 섭취량이 1.3g쯤 줄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감소가 큰 의미가 있느냐고 분도 있을 것입니다.

소금 섭취 줄이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나라가 영국입니다.

영국은 자율과 규제를 병행한 소금 줄이기 사업으로 2003년 9.5g이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을 8년 만인 2011년 8.1g으로 약 1.4g(15%) 줄였습니다.

그 결과 영국민의 허혈성 심장질환은 42%, 뇌졸중은 40% 줄였습니다. 경제적 이득도 컸습니다. 영국 국립임상보건연구원에 따르면 1년에 500만 파운드(약 80억 원)의 비용으로 15억 파운드(약 2조4,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저의 분석은 서울K내과에서 진료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영국과 그대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싱겁게 먹기 실천에서 교육과 설득의 효과입니다. 이미 건강의 문제를 떠안고 있는 환자들이라서 교육과 설득이 잘 됐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때 중증 콩팥 질환 환자들을 많이 진료했습니다. 입원 환자들에게 아무리 교육하고 때로는 혼을 내는데도 병실에 조미김이나 김치를 몰래 숨겨두었다가 먹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소금 섭취 줄이기가 건강에 이롭다는 점을 알리는 일도 쉽지 않으며, 실천까지 하게 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의사가 환자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행위를 ‘개입 또는 중재(intervention)’라고 합니다. 여기에는 교육과 설득도 포함됩니다.

정성을 들여 교육하고 설득하면 환자의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음을 서울K내과 환자 사례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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