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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장수하려면 5가지를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5가지는 금연, 절주, 운동, 적정 체중 유지, 건강한 식단입니다.

이는 건강한 생활 습관의 ‘실천’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한 생활 습관의 실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나, 혼자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결혼입니다.

건강-장수와 결혼이 무슨 상관이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이미 의학과 심리학 등 여러 연구에서 결혼은 질병과 수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한 마디로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유리하다”라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일본 국립암센터 연구팀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률이 20% 낮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저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아시아인 62만3,140명을 대상으로 1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결혼 생활을 유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고나 부상,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20% 낮게 나타났습니다. 또 폐나 호흡기 질환은 14%, 암은 6% 낮았습니다.

결혼이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루이스 터먼 교수팀이 1921년부터 2001년까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터먼 연구’도 성공적 노화 연구의 한 사례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 ‘성실’이었습니다. 성실한 사람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근검절약하고 끈기 있는 사람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풀이됐습니다.

그런데 성실한 사람은 행복한 결혼과도 연관이 있었습니다.

성실한 사람은 결혼 생활을 잘 유지했고, 이것이 장수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거꾸로 결혼 생활이 행복한 사람은 성실했으며, 더 건강한 환경과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친구가 많을수록 오래 살며, 학위(졸업장)보다는 기대감이나 동기가 장수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수 연구자들에 따르면 결혼한 사람은 정서적, 육체적 지원자가 있는 것같은 효과가 있다고 풀이합니다. 배우자는 약을 먹고 의사의 진료를 받으라고 말해주며, 넘어지거나 다쳤을 때 도와줄 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운동과 금연을 실천할 확률도 높습니다.

결혼이 건강과 수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입니다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첫째 남성은 결혼을 유지할수록 건강에 유리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일본 국립암센터 연구나 터먼 연구에서도 결혼의 혜택은 남성에게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은 ‘한결같은 기혼’이 건강 혜택 1위였으나, 여성들은 ‘한결같은 기혼’과 ‘이혼 후 독신’이 공동 1위로 나타났습니다. 이득을 더 많이 얻는 남성이 결혼과 결혼 생활 유지를 위해 더 많이 노력하고 투자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되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둘째 결혼 생활의 질(quality)도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입니다. 부부 사이가 나쁘면 혈액 속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고, 면역 체계는 약하며, 신진대사도 느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쁜 결혼 생활은 건강을 돕기는커녕 노화와 질병을 앞당기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이 건강-수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이 또 있습니다. ‘백년해로’한 부부 중 한쪽이 사망한 뒤 남은 배우자가 며칠 또는 몇 달 안에 사망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을 초래한다는 연구가 나와 있습니다. 심장마비로 보이지만,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히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 호르몬 쓰나미가 일시적으로 심장을 팽창시켜 심장의 펌프 능력을 제한해서 생기는 심장마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이나 이혼 또는 재혼이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선진국에서는 연구들이 꽤 이뤄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국내의 결혼이나 이혼 문제는 주로 사회적, 경제적 관심에 그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비혼율’이 높아지고 있고, 기성세대의 이혼율이 늘고 있는 최근의 현상이 앞으로 건강과 수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