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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나이 듦을 실감할 때가 종종 다가옵니다. 노안이나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이 그렇고, 주량이 예전 같지 않거나, 에어컨의 찬바람이 피부에 닿는 게 싫어지는 순간 나이를 실감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나이를 먹으면 우리 몸과 마음에는 젊을 때와 달리 큰 변화가 나타날까요?

노화는 주름이나 흰머리, 근육 감소, 노안, 관절의 불편함, 치아의 틈새가 넓어지는 등 무척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찾아옵니다.

기온 변화에 대한 체온 적응력 감소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체온은 평소 36.5도이지만, 더운 곳에 오래 있으면 37도 이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피부 혈관이 확장되고 땀이 배출하는 열 발산 작용이 일어남으로써 급격한 체온 상승을 막습니다. 그런데 노화가 진행되면 체온이 올라도 땀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체온이 급격히 상승해 일사병 위험이 증가합니다.

체내 수분 감지 능력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이 부족하면 갈증이 느껴지고 물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노인들은 수분 감지 능력이 저하돼 물이 부족한데도 갈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탈수증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인들은 더운 여름철에는 탈수 예방을 위해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 오감도 떨어집니다. 그중에서도 미각에서 실감하기 힘든 감각 저하가 옵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50~70대가 되면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등의 역치가 감소합니다. 강한 자극이 아니면 잘 못 느끼는 것인데, 특히 짠맛이 심합니다. 이 때문에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을 때 소금을 무척 많이 넣어야 ‘간이 맞다’라고 느끼므로 소금 과다 섭취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음식 등이 폐에 들어가면 폐렴이 생기는데, 폐렴의 주요 증상이 고열, 기침, 가래 등입니다.

그런데 노인들은 폐렴에 걸려도 고열,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보다 무기력증, 식욕부진, 기저질환 악화 등 폐렴과 무관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폐렴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마음 또는 성격의 변화도 찾아오는데, 젊을 때 없던 ‘벌컥’하는 증상도 그중 하나입니다.

중장년까지는 점잖다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 나이 들면서 괴팍하다거나, 욱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벌컥 화를 내기도 하고 자주 불안 초조해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뇌의 전두엽 기능 약화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두엽은 사람의 인격과 품위를 지켜줍니다. 남과 소통-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전두엽에 많이 의존합니다. 전두엽 기능이 감소하면 인격이나 품위보다는 ‘본능’에 이끌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술 취한 뒤 과격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노화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이는 단지 성격상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까웠던 사람들과 멀어지게 하는 중대한 원인이 됩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나이 들수록 오잘에 신경 쓰세요’라는 것입니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움직이고, 잘 어울리는 것 등 ‘5개를 잘한다’라는 의미로 ‘오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젊을 때 불편하지 않던 이 5개는 나이 들면서 점점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거나 위장병이 있으면 잘 먹기 힘들고, 변비나 전립선비대증이 있으면 잘 싸기 힘듭니다. 코골이나 수면장애, 배뇨장애가 있으면 잘 자기 어렵고, 근감소증이나 관절염이 있으면 잘 움직일 수 없으며, 전두엽 기능이 감소하면 가족,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 어려워집니다.

건강해야 ‘오잘’이 가능해집니다만, ‘오잘’이 돼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중장년 이후 건강 관리의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애매하다면 ‘오잘’을 떠올리시기를 바랍니다.

얼마 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전미 시니어 육상대회’ 최연장 참가자인 99세 로이 앵글레트씨는 기자들의 질문에 “계속 움직이고, 계속 움직이고, 계속 움직여라”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99세에 육상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계시는지요?